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 May 13. 2022

나는 소심해요

소심한 사람, 내성적인 사람, 괜찮아요, 오늘도 자라고 있어요


MBTI에서 E를 선호하는 사람보다 I를 선호하는 사람이 소심한 사람으로 보일 확률이 크다. 마음이 여리고 아니고의 차이가 아닌, E와 I의 기준은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가


를 스스로 물어보면 알 수 있다. 결혼 후 더욱더 I를 편하게 사용하다보니 결혼 전과 비교해 아주 뚜렷하게 높은 내향 점수를 획득한 지금, 그리고 그 이전의 나에 대해 생각해보면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는 줄곧 지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날이면 방으로 들어가 가만히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을 꼭 가져야만 했다.





나는 소심하다, 소심한 아이, 내성적인 아이


어렸을 때도 제법 소심했고, 20대 때도 그리고 지금도 소심하다. 소심하고 내향적이면 말이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말을 참 많이한다. 그런데 친구들을 제외한 결혼 이후의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이전에 비해 많은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양육환경이 여러가지로 작용을 했던 것 같다. 부모님은 자주 화를 내셨고, 그런 기분을 맞추기 위해 무엇이라도 말을 하려 했던 기억이 있다. 고압적인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다.

타고나길 소심하고, 내성적인데도 불구하고, 당당하고 자신있게라는 부모님의 가르침 덕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렇게 하도록 노력을 하다보니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긴 했지만 이걸 운에 비유한다면 나는 운이 좋은 케이스다. 편안한 방향으로 내가 좋은대로 모든 것을 쓸 수 있게 된 지금, 다시 사람 많은 곳에서는 떨리고 말도 잘 못하게 되었는데, 군중 앞에 서는 건 여전히 많이 떨리긴 하지만 일대 다수 10명 미만의 사람들이 있을 때는 비교적 마음이 편안한 편이다.



남편도, 아이들도 모두 소심하다


우리는 흔히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낼 줄 알면 소심하지 않을 것이라 부끄럽지 않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 편견을 깨 준 사람이 있는데, 아들이 그렇다. 아들은 아주 목소리가 크다. 싫은 것은 바로 싫다하고 좋은 것은 바로 좋다고 한다. 아주 큰 소리로 말한다. 그런데 아들이 목소리가 크다해서 모든 감정을 사용하는 데 있어 큼직하고 전체적으로 시원시원한가하면 아니다. 아들은 특히 공공시설에서 처음 보는 사람 옆에 앉는 것을 아주 부담스러워 한다. 그럴 때면 아들은 주변 환경과 무관하게 아주 큰 목소리로 부른다. 그리고 귀를 갖다대라 한다. 귀를 갖다대면, 곧 속삭인다.


"엄마가 여기 앉아주면 안돼?" 낯선 사람 옆에 앉기가 몹시 싫은 것이다. 꼭 자기 옆에 앉아 달라고, 낯선 사람과의 거리를 멀게 해달라고 한다.


남편은 회사에서 굳이 누군가 묻지 않으면 꼭 말하지는 않는다 한다. 그럼에도 회사 안에서 친한 사람들이 있고, 자기 일을 하며 즐겁게 사회 생활을 잘 한다. 남편 역시 어렸을 때는 소심해서 많이 울었다는데, 지금은 괜찮다. 자기 영역을 조금 넓게 설정해두고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어른이 되어 이제는 어느 정도는 조절을 할 수 있게 되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굳이 이 상황을 부끄럽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돌아보면 엄마가 되고 나서야 편안해진 부분이 많아졌다. 대학을 다닐 때까지만 해도 자의든 타의든 나서야 할 때가 너무 많았다. 나설때는 타의로 나서야 했던 경우가 자의에 의한 때보다 많아서 어쩌다보니 자신감 있는척을 하다보니 부자연스러울 때가 참 많았다. 게다가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부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부분, 부러 강하게 보이거나 하는 이유로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억지스럽게 하다보니 멀어진 관계도 꽤 된다.



소심한 아이

딸은 반대로 어려서부터 목소리가 작고, 자신이 없을 때는 웅얼웅얼 얼버무리거나 더 작게 말하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에 소심함의 모습은 딸이 더 많이 가진 듯 하지만, 실로 용감할 때는 이 친구가 이렇게 대단해?라는 생각을 하게 할 때가 많다. <나는 소심해요>도 말하길 '소심함은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능력이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요. 큰 소리나 커다란 몸짓으로 반응하지는 않지만 편안함을 주기에 함께하길 좋아한다고요.'


라고 내향인들에 대해 표현한다. 그래서 늘 조용한 이 친구가 나에게 한 마디를 할 때면, 말이 가진 힘이 상당하다 느낀다.


어릴 적 부모님은 내가 좀 더 당당하고 자신있게 어떤 말들을 구사하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길 바랐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덕분에 리더 역할을 종종 하기는 했지만 이상과 현실은 많이 달랐다. 조금 더 힘있게 말하고 싶었는데 방법을 몰라 분을 낼 때가 있었고, 아니면 어떻게 끌어갈지 몰라 혼자서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사람들과 조별 과제를 수행하면서 나는 이만큼 했는데, 다른 사람은 아닐 때 결국 내 노동력은 그들의 학점 보태는 데 사용되고, 자신의 것만 챙기는 그들에게 실망감을 느끼고, 화가 났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제대로 말을 하는 방법을 몰라서 끙끙 앓다가 결국은 대학 졸업 후 깔끔하게 내 쪽에서 관계를 끊어버린 일이 있다. 


반대로 잘못 고착화된 성격 탓인지 강하게 말하는 게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이 굳어져 20대를 한창 보낼 때는 의도와 다르게 강하게 대하는 부분 때문에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나 스스로 곤란에 빠지기도 했다. 인간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요즘은 부드러운 리더십이라는 말도 있지만, 20년 전 리더에 대한 이미지는 지금 우리가 알게 된 다양한 리더상과는 많이 달라서 그 안에서 혼란이 있고,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런저런 고통을 지나와야 했다. 나는 아이들이 꼭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어떤 집단에 가서 어떤 위치에 있든 제대로 말을 하는 방법을 몰라 끙끙 앓기만 하다가 인간관계에 속앓이를 않기를 바란다. 끊고 아니고는 그때 그때 선택일 수 있지만 속이 너무 까맣게 타버린 다음에 끊는 것과, 그래도 속을 덜 끓이고 의사표현을 하고 끊는 것은 천지차이라는 생각이다.



내성적인 아이,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늘 알려준다. 그리고 엄마가 완고하게 엄마 뜻을 굽히지 않는다 해도 아이가 제시하는 다른 의견에 대해 끝까지 들으려 노력한다. 아이의 말이 느리고 어수선 하더라도 최대한 집중하려 한다. 내가 자꾸 들어줘야 아이는 말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다른 사람에게도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다.


아이에게 큰 소리로 말해보자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아이의 소심함을 나무라지 않는다. 대신 많은 칭찬을 해준다. 작은 소리로 말했다면 조금 더 귀기울여 듣고 아이가 말한 생각 중 훌륭한 부분을 콕 짚어 칭찬한다. 아이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한 뒤 그 중 고쳐야 할 점이라 생각되는 작은 목소리는 가급적이면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가 활용한 색감, 훌륭한 형태, 그리고 제법 괜찮은 상상력을 칭찬한다. 요즘 아이는 목소리가 꽤 커졌다. 


엄마와 일대일로 있을 때는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시간이 도움이 된다. 아이와 연습을 할 때 연습을 한다고 시간을 정하고 가르치듯 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에서 지나치듯 한 번씩 해본다. 유독 작게 말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다시 묻고 문장을 함께 정리해서 큰 소리로 말해본다. 



담임선생님은 아이의 장점을 많이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분이다. 아이는 공개 수업 때 본인 발표 시간에 아주 큰 소리로 엄마와 아빠에게 라면과 빵을 선물해 주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엄마 아빠가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선생님 역시 발표 직후 칭찬을 아끼지 않아주셨는데,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나에게 역시 큰 소리로 말해줬다.  


엄마가 안들릴까봐 큰 소리로 이야기 해 봤어.





소심한 아이, 글이나 그림, 악기와 같은 도구로 표현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내향인들이 살며 활기찬 우리집은 글을 쓰거나 만들기를 하는 걸 재미있게 한다. 아이가 지극히 내성적이라 느껴진다면, 아이에게 글이나 그림, 악기와 같은 도구로 자기 표현을 많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내성적일 수록 말이나 몸짓으로 크게 표현하는 대신 도구를 활용하는게 편할 때가 많다. 딸은 친구들과 노는 것도 좋아하지만, 친구들을 관찰하고 생각하며 그 공간 안에 함께 하는 것 자체로 기뻐할 때가 많다. 아이는 오늘도 여전히 글을 쓰며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하고, 그림을 그리며 생각을 표현한다. 엄마는, 왜 너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니? 라는 말 대신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으면 여기서 좀 쉬다가 다가가 보면 돼, 엄마가 같이 있어 줄게 라고 말한다.


소심하긴 해도 사실은 마음이 단단하고, 제법 쾌활한 아이는 오늘도 자란다.











브런치를 오래 쉬는 사이 블로그를 개설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초고는 블로그를 기준으로, 브런치로 옮기면서 다듬을 수 있으면 다듬어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블로그에 있는 글은 조만간 브런치에도 올 예정입니다. 


브런치에는 사진을 최소화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브런치 <어른이 그림책> 매거진에 올라오는 사진은 책 표지 정도가 되겠고, 책 내용을 담은 사진이 궁금하다면 블로그에 가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괜찮은 연애를 위한 꽃 처방전> 이후, 다시 돌아왔습니다. 글 쓰고, 책 읽기를 계속해서 해나가야겠지요. 요즘 대학원에 재입학해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마음을 돌아보는 글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큰 의미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