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찾는다면 미스 럼프우스 처럼
어릴적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어떤 삶을 살아라고 해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정작 내 삶은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한 해가 마무리 되어갈 즈음이면 삶에 의미를 찾아보려 하기도 하더라. 그럼에도 시기와 상관없이 우리 삶의 의미를 잘 돌아봐야 할텐데, <미스 럼피우스>는 삶에서 챙기며 살아갈 것, 나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 살아가는 이유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미스 럼피우스는 어릴적 할아버지와 대화하며 꼭 세가지를 하기로 한다. 바닷마을을 떠나 먼 곳을 다녀와 보고, 할머니가 되면 다시 돌아와 바닷마을에 살고, 마지막 하나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다.
어른이 되어 그녀는 다른 도시에 가서 도서관에서 일을 하며 생활을 하고, 아주 길고 먼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어떤 목적이 있든 없든 젊어서 기운이 왕성할 때는 멀리 떠날 수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해볼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해볼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여전히 해볼 수는 있지만 해보는 것에 그치기 마련이다. 젊음은 해보는 것 멀리 가보는 것 뿐 아니라 거기에서 다른 가능성을 가져올 수도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서 빛을 잃어 감에 따라 삶에 의미가 없어지고 무기력해 지기 쉽다.
어쩌면 내게는 엄마로 사는 일 역시 비슷했다. 점차 빛을 잃어가는 중에 한 가지 희망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빛을 더해가는 아이들을 곁에 두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 앞으로 가꿔나갈 것들을 알려주는 재미를 찾는 것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한 미스 럼피우스만의 생각이 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다니기 시작한다. 루핀 꽃씨를 길가에, 들판에, 학교 앞에 뿌리기 시작한다.
최근에 새 책을 몇 권 더 들이다보니 어떻게든 비좁은 공간에 조금 더 구겨 넣기 위한 공간 확보가 시급해졌다. 무얼 버릴까 고민하다가 최소 10년 정도는 갖고 있던 노트 몇 권을 버리기로 했다. 공책을 후루룩 살펴보니 '건축적 산책', '르네상스 시대 건축' '시선의 자유' '공간의 경험' 같은 나에게는 꽤 생소해진 단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세상을 아름답게 해봐야지 생각하며 공부하던 때가 있었다. 이런저런 고민과 자격증 취득을 위해 오답 노트를 해둔 흔적, 설계 프로세스 정리, 크리틱 내용을 담은 노트들. 20년 가까이 책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흔적.
시원하게 보내줬다. 예전에 이걸 배웠는데 생각하며 갖고 있으면서 건축에 대한 글이라도 끄적거려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 줄 알았는데, 건축은 육아와 거리가 꽤 멀었다. 사실은 어디를 좀 다니며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건축에 대해 이야기로 풀어내면 좋으련만 나란 사람은 어디 다니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그런 면에서 지금이 딱 적기인데) 육아와만 매우 밀접한 현실은 글감을 그 쪽으로 생각해 내도록 이끌어보기에 이상과 현실에 지속적인 괴리를 가져다 주더라.
책을 읽으며, 아이에게 무슨 색깔 꽃을 심을까 물어봤다. 요즘 아이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비록, 세상을 아름답게 하려던 젊은 날의 꿈이 시들해지고, 빛을 잃어가는 중이라 해도 오늘 일상의 소중함을 알고, 약간의 청소와 집안일이 분명한 의미가 있음에 감사하며 조금 더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면 무슨 일을 하면 좋을지 오늘, 생각해본다.
미스 럼피우스는 마지막에 루핀 부인이라 불린다. 머리가 흰 할머니가 되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한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시절까지 얇은 책 한 권에 잘 담아낸다. 제법 괜찮은 할머니가 되어보자는 희망을 가끔 되새기곤 하는데 꼭 그랬으면 좋겠다.
엄마가 아이에게
세상을 아름답게 하려면, 지금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세상을 아름답게 하려면, 10년 뒤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엄마를 위한 문답
지금, 일상에 만족하고 있다면 이유는 / 불만족스러운 일상을 산다면 이유는
어른이를 위한 문답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 꼭 내가 해야만 할까
내가 살고 싶은 삶은 혹은 삶에 이유를 찾아야 한다면 이유가 될만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기
브런치 <어른이 그림책> 매거진에 올라오는 사진은 책 표지 정도가 되겠고, 책 내용을 담은 사진이 궁금하다면 블로그에 가서 돌아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