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3
그래요. 아마 모든 부모에게 똑 같을 겁니다. 내게도 이번에 대학을 졸업하는 아들이 있습니다. 복수전공으로 항공우주공학과 불어 전공으로 졸업하고 대학원에 가기로 했지만 그래도 내게는 아이로 보입니다. 지난 6개월간 나는 좋은 아빠는 아니었습니다. 회사일에 바쁘고 또한 LA지역에서 근무하느라 텍사스 집에는 몇번 가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 아들 졸업식에는 꼭 참석하기위해 몇달전부터 휴가를 잡아놓고 아들 학교근처에 호텔도 예약하고 그렇게 미리 준비를 했지만 막상 졸업을 앞둔 대학 마지막 학기를 보내는 아들과 사회생활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는 하지 못했습니다. 내눈에는 아이로 보인다고 하지만 막상 그 아이에게 아버지로서 보여줘야할 이런 저런 보살핌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마음 속에 아이를 그냥 학교교육에 넣어놓고 방치했던 것 같은 그런 느낌만 가득합니다. 그래도 대학원이지만 다시 학교로 가기에 삭막한 전쟁터같은 사회에 준비없이 내 놓아버리는 그런 불안한 느낌은 좀 덜하긴 합니다.
아들이 고등학교에 다닐때 내가 쓰던 혼다 어코드를 아들에게 주었습니다. 물론 아들에게는 중고차이지만 분명히 내가 그차를 살때는 근처 딜러에게서 산 새차였습니다. 내가 조심스럽게 몇년 사용하고는 아들에게 주었습니다. 그 차는 아들에게는 의미있는 생애 첫번째 차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차를 참 좋아했었습니다. 아들은 항상 차에 타자마자 차고 문을 열고는 제일 먼저 썬글래스를 찾아서 썼습니다. 그리고 또 박하사탕 하나를 꺼내어 입에 넣고 라디오 볼륨을 조절하고 그리고 차고를 나서던 아들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물론 당시 학교 친구들과 비교해도 그 차는 비교적 좋은 그리고 비교적 새차였습니다. 아들이 자랑스럽게 차를 몰고 고등학교에 다녔던 모습이 지금도 내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러던 아들이 대학에 갔습니다. 대학 첫해에는 기숙사에 묶고 있으면서 자기 차를 집에 두고 갔습니다. 그렇게 일년간 아들의 차는 우리집 차고에 있었습니다. 가끔 나와 내 처가 아들의 차를 가지고 근처로 시장을 보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이 보고 싶을때 마다 그 차를 타고 다녔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내 스타일이 아닌 음악이 나와는 어색했지만 아들의 취향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물론 라디오 스테이션은 바꾸지 않고 내 귀에 좀 시끄러운 음악이 나올때 잠시 라디오를 꺼 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나고 아들은 어느날 학교밖에 꽤 떨어진 곳에 있는 아파트로 룸메이트와 함께 이사를 나갔습니다. 새로 들어간 아파트가 좋은 아파트는 아니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아파트 바로 앞에서 학교까지가는 버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커다란 수퍼마켓이 있어서 굳이 차를 타고 먹을 것을 사러 다니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때 아들은 막상 차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면서 버스타고 걸어다니면서 집에 차를 두고 연휴에 집에 방문했을때만 자기 차를 타고 친구들을 만나러 다니곤 했습니다. 그렇게 또 한해를 그차는 우리집 차고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해 아들은 학교 바로 옆에 있는 고급 아파트로 다른 친구들과 같이 들어갔습니다. 그때는 차가 필요했습니다. 수퍼마켓이 학교 근처에는 없었기 때문 입니다. 그래서 비로서 3학년이 되어서 차를 가지고 갔습니다. 그렇게 우리 집 차고에 있던 아들의 차는 우리집을 떠나 아들의 아파트 지하 차고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은 친구 한명과 함께 추수감사절 연휴를 집에서 보내길 위해 학교에서 집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공사가 계속 진행중인 고속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가 아들은 앞에서 서행하다 갑자기 선 차를 뒤에서 받았습니다. 경미한 사고였지만 아들에게는 고속도로 중간에서 내게 전화를 하고 매우 긴장된 상태로 보험회사 사고서비스를 받고 견인차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렇게 작은 추돌사고였는데 수리공장에서 살펴보던 중 이곳 저곳에 추돌로 부서진 부분을 발견하고는 결국 아들이 좋아하던 그 차는 폐차처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3학년 둘째학기와 4학년을 자동차 없이 학교 근처 아파트에서 아들은 살았습니다. 다행히 근처 다른 아파트에 달라스 출신의 친한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의 자동차를 이용해 수퍼마켓에서 시장도 보고 그리고 아들이 주유값을 대고 그 친구와 같이 연휴에는 친구차를 이용해서 집에 오곤 했습니다. 그러던 아들이 이젠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가게 되었습니다.
LA에서 일하고 아들 졸업식에 가려고 준비하는 내게 아내가 이젠 아들에게 차를 하나 사주어야 되겠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나도 같은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중고차던 새차던 좋아하는 모델을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들에게도 좋아하는 자동차를 골라 보라고 했습니다. 졸업식을 하고 바로 일주일 후 그때는 미국 근로자의 날 연휴였습니다. 연휴라서 나는 일주일 만에 다시 집에 가기로하고 금요일 밤에 LA를 떠나 달라스 집에 도착했습니다. 아들이 직접 공항까지 나와서 나를 기다려 주었습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그주에 아들과 아내와 조그만 차를 하나 보기로 하고 딜러에게 나갔습니다. 아들에게 사주려던 차는 혼다 시빅이었습니다. 그렇게 예쁘고 단단하게 생긴 차를 둘러보다가 아내는 불쑥 딜러에게 다른 차는 없냐고 물었습니다. 마침 근로자의 날 특별할인으로 나온 혼다 어코드가 있었습니다. 꽤 고급 사양에 스포츠 모델로 나온 차로 예산보다는 조금 비싼 차 였습니다. 그런데 그 차가 너무나 아내와 나의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는 LA에서 쓰고 있는 내 SUV를 아들에게 주고 내가 그차를 갖고 싶을 정도 였습니다. 날렵하게 생겼지만 고급 사양에 특히 내 마음에 든건 19인치짜리 스포츠형 타이어 였습니다. 아들도 그 차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소형차 시빅에서 중형차 어코드 스포츠로 마음 바꾸고 그차를 구입했습니다. 아들은 자기가 고등학교때부터 쓰던 폐차된 그 차를 생각하면서 이야기 합니다. 자기가 쓰던 차가 완전히 업그레이드되어 다시 탄생한 차 같다고 했습니다. 좋아하는 아들을 보면서 마음이 매우 흡족했습니다.
그렇게 연휴를 달라스 집에서 보내고 다시 LA지역으로 오고 일주일이 지난 오후 나는 아들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금 새차를 몰고 학교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맙다고 합니다. 나는 아들이 그 차를 타고 다니는 동안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내길 바랬습니다. 또한 한가지 더 바라기는 그 차를 사용해서 아들이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나도 이젠 압니다.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좋은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랑하는 아들의 아내가 생기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많이 닮고 그리고 때로는 아내와 나의 모습도 찾을 수 있는 아이가 바로 그 차 뒷좌석에서 베이비 카시트에 누워 쌔근쌔근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번에 아들에게 사준 그차가 그렇게 아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에 매번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늘 가는 까페에서 엘살바도르산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면서 행복한 생각으로 마음 설래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일요일의 캘리포니아 햇볕은 매우 뜨겁습니다. 아마 조금 서쪽에 있는 비치에는 많은 아이들이 같은 햇볕을 받으면 신나고 놀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멀지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런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하는 나같은 부모들이 모래사장에 앉아 있을 겁니다. 오늘은 이곳 까페에서 공부하는 젊은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인터넷이 매우 느립니다. 그러나 느려도 상관없습니다. 느려지는 시간만큼 나는 아들 생각에 흐뭇해지는 마음을 더 길게 갖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