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어머니의 습관 / 너는 참 말이 많구나
친구 어머니의 습관
17년 전 어느 날, 친구가 대뜸 나에게 재밌는 (?) 이야기를 해주었다.
친구의 어머니는 꼬불머리 (우리끼리 ‘돼지 꼬랑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를 다 뽑아버린다는 것이다.
“꼬불머리가 뭐야?”
“머리카락을 자세히 보면 꼬불거리는 애들이 있어. 돼지 꼬랑지처럼 생긴 애들! “
“근데 그걸 왜 뽑아?? “
“몰라? 그냥 엄마는 그게 싫대, 그래서 다 뽑아버리나 봐”
다시 이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결코 친구 어머니가 왜 돼지꼬랑지를 뽑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그 감정을 알아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참 말이 많구나?
나는 말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작은 일에도 까르르 잘 웃고, 친구가 없는 친구 집에서 친구 어머니와 한창 수다를 떨 만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학교에서 친구와 잡담을 하다가 혼난 적이 셀 수도 없이 많은 나는 확실한 토커(Talker)였다.
사실 이러한 토커 기질은 자연스럽고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
나에게는 나보다 한 수 위 토커인 아버지가 계신다.
나의 선택이 아닌, 유전학적인 영향임에 틀림없다.
중학교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친구가 “ 니 진짜 말 많다 ” 라며 웃으며 말했는데, 충격을 받은 나는 꽤 오랫동안 그 친구와 사이가 어색해졌다.
마치 인생의 첫 트라우마를 느낀 마냥, 그 친구 앞에서는 입을 떼기가 무서워졌다.
저 한 문장으로 인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니!
다 큰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 말이 많다는 게 뭐가 어때서? 나쁜 게 아니잖아? 그리고 나 진짜로 말 많잖아? ’ 싶지만,
중학생 시절의 나에게는 친구의 한마디가 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느껴져, 혼자만의 과도한 생각 속에 잠겼었다.
어린 나에게 말보다 더 많았던 것은 머릿속의 가득 찬 생각이 아니었을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