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뭘 뽑는데? / 너! 만질 때마다 마이너스!
그래서 뭘 뽑는데?
나도 뽑기 시작했다.
말 많고 목소리까지 큰 나는 친구가 먼저 건 대화 대답을 하기만 해도 선생님들께 발각(?)되곤 했다.
수업 시간에 잡담을 한다고 뒤로 가서 무릎을 꿇라고 한다.
내가 말 건 것도 아닌데 억울하고 화가 났다.
억울 하지만 친구를 고자질할 수도 없다.
치사해 보일 테니까,
어차피 “얘가 말 시켰는데요!”라고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억울한 마음에 사로잡혀서 벌을 섰던 기억이 난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꺼트린 채 바닥을 내려다보는데,
시야에 들어온 검은 머리카락에 관심이 갔다.
보다 보니 만지게 되고,
만지다 보니 울퉁불퉁한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손 끝에 느껴졌다.
헐!
친구가 말한 그 돼지꼬리 인가?
만지다 보니 중독성이 있다.
‘이걸 뽑는다고? 왜?’
뿅! 하고 뽑아버렸다.
순간 수많은 나의 잡념들이 다 해결된 것 마냥 모든 게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 재밌네? 또 있나? 뭐야 얘네 진짜.
너! 만질 때마다 마이너스!
중학교 때 기억에 남는 호랑이 국어 선생님이 계신다.
기억력이 안 좋기로 유명한 나인데 아직까지 그분의 성함이 기억날 정도다.
이토록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녀를 훗날 직장에서 일하다가 마주친 적이 있다.
나이가 든 선생님의 모습과 나의 모습을 번갈아보며 기분이 이상해서 눈물이 왈칵 났는데,
웃프게도 선생님은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셨다.
“선생님 저요 저 머리 뽑던 애! 머리 뽑을 때마다 벌점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너 마이너스! 하고 소리치셨잖아요!!”
이 정도 사연 (?) 이면 무조건 나를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착각이었다.
옛 기억을 끄집어내기 위해 애쓰는 나를 보며 선생님은 미안한 미소를 보이셨다.
그때 정말 벌점 -1000점 정도 받고 전교 꼴등 한 번 해봤다면 나의 몹쓸 병이 초장에 잡아졌을까?
감사하게도 선생님뿐만 아니라, 당시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나의 뽑는 행동을 말려주었다.
모두가 합심한 듯 내가 머리카락에 손만 대면 등짝을 내려쳤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너 머리가 왜 그래? ” 라며 놀라고,
나를 벌세우던 선생님이, 내 정수리를 보더니 나를 끌어안고 “ 너 힘든 일 있어? “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도대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내 아픔을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뽑기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