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는 별도로 소속된 법인의 대출상담사가 있다. 보험영업사원과 비슷한 개념인데, 본인의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개념이다. 내가 일하는 곳에도 대출상담사가 있다. 얼마나 열심히 하시는지 듣기로는 연봉이 전국 순위권이라고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지점장님과 차장님, 대출상담사분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어떤 계기로 대출상담사를 하시게 되셨는지 여쭤보았다.
지인이 대출상담사로 일하는데 월 천만 원 버는 것을 알고, 나는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되셨다고. 그리고 정말 그 이상 실적을 내고 있다고 하셨다. 많게 버는 달에는 5천만 원도 버셨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사란 직업은 내가 하는 만큼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익이 많은 달도, 적은 달도 있을 것이다. 대화 중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래도 직장 다니면 매월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 있다는 게 안정적이라 부럽습니다.
맞아요, 은행 다니면서 월급 한 번도 밀린 적 없었어요.
함께 한 상사분의 말씀이었다. 밀린 적이 없는 월급.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월급. 그래서 월급이 마약이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무리는 결국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안정적인 직장이라도 끝이 있었다. 그 끝이 언제쯤인지는 누구나 예측이 가능했다. 더 일하고 싶어도, 더 일할 수 없는 시기가 곧 온다는 것을 직감한 듯 보이셨다.
상담사 분 빼고 우리 셋 모두 같은 감정이었을 것이다. 탄탄한 복지, 높은 연봉. 그만큼의 스트레스도 엄청나지만 그래도 오래 다닌 상사분들은 이만한 직장이 없다고 만족해하셨다. 하지만 내 회사가 아닌 이상, 회사가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땐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것. 우리 직장인의 숙명이다.
우리 셋 중 누가 먼저 회사를 떠나게 될지는 모른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리 모두는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어쩌면 그때는 안정적으로 버는 500만 원보다 불규칙하지만 한 번에 5천만 원을 버는 것이 어쩌면 더 안정적이었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