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상점 II
감정상점의 문이 열렸다.
이번에 들어온 손님은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가게에 들어서면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감정의 병들을 하나하나 구경하지도 않고 곧장 계산대 앞으로 다가왔다.
감정상인은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어서 오세요. 어떤 감정을 찾으십니까?”
여성은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내,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을 대신 짊어질 수 있을까요?”
감정상인은 순간 손을 멈추었다.
“누군가의 감정을 대신 짊어진다고요?”
여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 제가 아끼는 사람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어요. 그는 매일 밤 악몽을 꾸고, 괴로워하고, 자신을 미워하며 살아가요. 저는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길 바랍니다. 만약 제가 그의 감정을 대신 가질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짊어지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감정상인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감정이 슬픔이라면요?”
“괜찮아요.”
“고통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 사람이 평생 간직한 후회라면?”
여성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나 이내 다시 고개를 들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요.”
감정상인은 천천히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어두운 빛을 띠는 작은 병이 놓여 있었다.
“이것은 ‘대리 감정’입니다.”
여성은 조심스럽게 병을 받아 들었다.
“이걸 사용하면, 그의 감정을 제가 대신 느낄 수 있는 건가요?”
감정상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주의하십시오. 감정을 나눈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당신이 그 감정을 짊어지는 순간, 당신의 감정과 섞일 수도 있고, 온전히 당신의 것이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여성은 한참 동안 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은 너무 힘들어해요. 그런데 저는… 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어요.”
감정상인은 조용히 물었다.
“그 사람은 당신이 대신 감정을 짊어지길 원하고 있습니까?”
여성은 순간적으로 입을 닫았다.
그녀는 그 사람을 위해 이곳을 찾았지만, 정작 그 사람에게는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그는 정말 자신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넘기길 바랄까?
여성의 손이 떨렸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병을 내려놓았다.
“…아니요. 그는 아마 원하지 않을 거예요.”
감정상인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할 일은 감정을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요?”
여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렇네요… 저는 그냥 그의 곁에 있어주면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병을 내려놓고, 감정상인을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그녀가 가게를 나선 후, 감정상인은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누군가의 감정을 대신 짊어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때로는 그 감정을 함께 견디는 것이 더 깊은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그는 조용히 혼잣말을 남겼다.
“감정은 나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지.”
— To be continued…
(다음 화에서는 감정상점에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손님’이 찾아오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