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도둑
공기가 흔들리고, 모든 것이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소설가의 이름.
그것이,
자신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손끝이 저릿해지는 걸 느꼈다.
사진 속에서 사라진 이름,
잃어버린 기억,
그 모든 퍼즐 조각들이 단 하나의 진실로 맞춰졌다.
이 이야기는 내가 쓴 것이다.
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눈앞의 남자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차분했다.
그녀는 입술을 떨었다.
“…거짓말이죠.”
그는 아무 말 없이 원고를 다시 밀어 보였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녀가 방금 말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거짓말이죠."
그녀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이건…
그녀가 방금 한 말이었다.
이 순간을, 이 반응을, 누군가가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아니,
아니.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손을 머리에 가져갔다.
머릿속에서 뭔가가 터질 듯했다.
“…내가, 내가 이걸 썼다고요?”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기에 부정할 수 없었다.
그 남자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당신은 소설가를 찾아 헤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도달하면 늘 같은 질문을 했죠.”
그는 원고의 마지막 페이지를 가리켰다.
그녀는 조용히 그 문장을 읽었다.
—그녀는 마침내, 소설가의 이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그녀는 자신이 소설가라는 사실을 잊었다.
그녀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도?
그녀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공간이 일그러져 있었다.
잿빛 도시의 형체가 흐려지고,
기차역도, 레스토랑도, 길모퉁이도,
모든 것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이야기가 끝나고 있다.
그녀는 숨이 멎을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번에도?
그녀는 자신이 다시 잊어버릴 것을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그녀는 필사적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내가, 내가 이걸 계속 반복하고 있다고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을 되찾으면 이야기는 끝나고, 당신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죠.”
그녀는 숨을 삼켰다.
“…그럼.”
그녀는 손을 꽉 쥐었다.
“이번에도 나는, 소설가를 찾기 위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나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단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것을.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잃어버렸던 것들을.
그리고, 이번에도 잃어버린다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필사적으로 물었다.
“이번에는, 내가 사라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그 남자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
“이야기의 끝을 바꿔야 합니다.”
그녀는 숨이 멎었다.
이야기의 끝을 바꾸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뒤흔들렸다.
( 다음 장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