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똥과 우리네 삶에 대한 고찰

똥과 인생. 인생과 똥.

by 송코튼

어젯밤 최근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작업으로 인해 심히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웠다. 너무 피곤해서 잠들 힘조차 없는, 갈려나갈 여분의 영혼을 모두 소진한 듯한 피로였다. 그리고 스르르 잠들었고 20분도 채 되지 않아 윗집의 쿵쿵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번쩍 깼다.


다시 잠들었고. 또 금방 깼다. 또다시 잠들고. 역시 금방 깼다. 그렇게 10시 30분에 누워 새벽 12시까지 쿵쿵 소리를 들으며 씩씩거리는데 지금 내 처지가 마치 우리네 인생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신도시 신축 메이커 아파트. 최신 시설. 완벽한 채광. 편리한 입지. 최고의 학군. 이런 것들에 눈이 멀어 있는 돈 없는 돈 박박 끌어모아 입주한 누군가는 으리으리한 아파트의 까마득히 높은 꼭대기를 올려다보며 재개발되지 않은 허름한 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위에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집에 들어가면 위에서 들려오는 몇 번을 부탁해도 나아지지 않는 쿵쿵 소리에 잠 못 이루고, 아래에서 끈질기게 새어 들어오는 케케한 담배 냄새에 얼굴을 찌푸릴지도 모른다.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두 다리 뻗고 잠들 때, 힘들게 장만한 값비싼 제 집에서 맘 편히 쉬지도 못하고 3M 귀마개를 끼고서야 잠다운 잠을 잘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좀 더 좋은 아파트로 이사 가야 할 것 같다며 지난밤 이자가 빠져나가 텅텅 비어버린 통장 잔고를 확인할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니 이보다 더 한 코미디가 없었다. 마치 우리네 인생 같아 웃음이 픽 나왔다.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온갖 소음과 악취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여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우리네 인생.


그리고 이런 삶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는 그저 좀 더 나은 소음과 악취를 찾아갈 뿐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 현실을 함께 견딜 존재를 찾는 것뿐인 걸까?






새벽 1시에 간신히 잠들었고, 새벽 5시 40분에 귓전을 때리는 끊임없는 꾸꾸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피곤하고 화가 나 벌떡 일어나니 꾸꾸가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나를 보고 있었다.


이 녀석이 바로 꾸꾸



저 사랑스러운 털뭉치는 그저 내 손길을 원했을 뿐인데. 꾸꾸를 끌어안고 꼬순내를 깊게 들이마셨다. 얼굴에 털이 잔뜩 묻은 채로 요 녀석 엉덩이에 똥이 묻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내 현실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건 고양이의 똥을 닦아주는 사소한 행위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해, 꾸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