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해인가보다. 가까워지는 게 있으면 멀어지는 게 있기 마련인데 어쩜 멀어질 때는 멀어지는 것들만 보이는지. 가까이 있을 때는 언제든 끌어당길 수 있던 것들이 손을 떠나니 아득히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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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랐다. 내가 선을 그으면 너는 점을 찍고 내가 달을 보면 너는 바다를 보았다. 허탈할 정도로 다른 우리에게는 그게 참 재미난 얘깃거리였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닮은 점들이 그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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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나는, 너는 얼굴을 보지 않고도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안다. 그래서 나는 웃을 수도 있고 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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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삼키던 울음을 터트린 건 네 목소리가 아니라 ’영‘에서 ’혜‘로 바뀐 액정 위의 네 이름이었다. 너는 내가 떠나고서야 네 이름을 찾았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걷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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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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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나는 얼굴을 보지 않고도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안다. 그래서 나는 웃을 수도 있고 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