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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Mar 04. 2023

뭔가

뭔가 이제는 나만 빠지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느끼던 소외감이다. 나만 이대로 사라지면 되겠지, 내가 없어져도 아무도 모르겠지 하고 말이다.

내 세계는 좁아졌고 내게 필요한 사람은 이제 몇 없다.

그중에 너는 내게 가장 큰 존재였으므로, 그 생각은 자연스레 ‘내가 없어져도 너는 모르겠지’로 변했다.

-

아마 전에도 그랬듯,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물러나는 것이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는 너와의 약속을 무를 수도 없으므로 나는 영원히 너를 사랑하기 위해 한걸음 물러난다. 네가 떠나고 나니 더이상 함께 떠들 사람이 없다. 며칠째 침묵이 계속 된다. 생각은 나아가질 못한다.

수없는 안맞는 사람들 중에서도 우리는 이어져있었는데

이제는 그만 그들 속에 숨기로 한다.

내가 왜 물러서는지, 네가 왜 떠났는지에 대해 묻지않아도 되는 것은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기로 했지만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기로 했지만 여전히 서로를 믿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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