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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Apr 01. 2023

천재

재능 < 노력 < 즐김

이 말은 틀렸다.

하나의 재능은 백번의 노력을 대신하고

즐기기만 해서는 노력하는 자에게 닿을 수 없다


재능+노력은 언제나 즐김보다 크다

노력+즐김은 재능과 같거나 작다

재능+즐김은 거의 대부분의 모든 것보다 크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천재‘는 ’천하의 재수 없는 놈‘이 맞다.


라고 결론을 내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또 희망적인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양과 질에 대한 부분이다.


위의 가정은 사실 모두 질에 대한 이야기다.

동일 크기 내에서의 질은 압도적으로 재능의 영역이다.

가치, 등급, 효율성 어떤 면에서 봐도 그렇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하면 또 다른 결론이 도출된다.


첫째로 노력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능은 한계가 있지만 노력은 한계가 없는 가치라는 것이다. 모든 천재는 그 천재성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어떤 천재는 10의 재능을, 어떤 천재는 100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재능은 그 재능을 넘어서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그 재능 이상의 성장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노력은 어떤가

초기에 가진 것이 1이든 0.0001이든 그냥 0이든 노력의 질에 따라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가치이다. 시간과 끈기가 허락한다면 결국 재능을 뛰어넘는 순간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재능이 꽝에 가까운 나는 대부분의 인생을 이러한 희망에 기대 살아간다. 결국에 내가 이긴다는 믿음은 나의 끈기와 인내에 기댄 것이다. 노력은 공평해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노력을 하면 재능이 없는 나보다 훨씬 큰 성장을 할 것이다. 그러나 1년 뒤에는 어떨까? 10년 뒤에는?

결국 그 자리에서 성장을 거듭하는, 근성과 노력이 이기고 마는 것이다.


둘째는 즐김이다.

즐긴다는 것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효율,

즉 압도적인 손익비이다.

애초에 즐기는 자는 기대가 없다. 선수를 할 것도 아니도 박사가 될 것도 아니고 그걸로 밥벌이를 할 것도 아니다.

전공자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기초적인 지식도

즐기는 자에게는 평생 술자리에서 써먹을 수 있는 재료가 된다.


도자기를 하나 만든다 치자,

재능이 넘치는 사람이 공방을 차려 이 도자기의 예술성, 판매가능성, 비용을 생각하며 온갖 스트레스로 하나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수십 번 습작을 깨트릴 때,

즐기는 자는 원데이클래스에 참석해 못생긴 사발 하나를 만들어 집에 가지고 가면서도 엄청난 만족을 얻는다.

밥그릇으로 몇 년은 쓸 수 있다는 점과 지인들과 나눌 재미난 얘깃거리를 얻는 건 덤이다.

물론 그것을 위해 10만원 20만원의 비용을 내고

심지어 ‘체험’이라고 불리우는 노동을 자기 손으로 까지 하면서 얻는 경험이지만

재능을 가진 자가 평생을 도자기에 쏟는 것에 비하면 아주아주 값싼 비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행여 무언가 잘못되거나 실패하더라도 ‘나는 취미로 하는 건데 뭐’ 하고 웃어넘기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이처럼 즐기는 것은 기대 자체가 낮아 손해가 적고 이익이 많다. 덕분에 즐기는 자는 얕지만 폭넓은 경험과 지속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재능은 강력하다. 하지만 재능만 가진 사람은 별로 대단한 사람도 아니다. 흔히 ‘천재’로 유명한 사람들은 재능에 노력이나 즐김이 더해졌기에 비로소 그 위치에 있는 것이다.


나는 누구에게나 재능이 있다고 믿는다. 그 종류와 크기가 워낙 다양해서 평생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뿐.

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암벽타기 천재도 암벽을 타본 적이 없다면 그렇게 피지 못한 채 다음 천년을 기다리는 것이다. 사실은 이런 경우가 훨씬 많다.


괜찮다.

우리는 재능 없이도 노력으로 세상을 살 수 있고

노력 없이 즐기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


즐겨라.

잘하고 싶으면 노력해라.

노력해도 안되면 다른 재능을 찾아라.

이게 무슨 답이냐 싶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 셋 중에 하나도 제대로 못한다.


결론이다.

천재는 천하의 재수 없는 놈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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