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일기
하연재에 왔다.
단골집이 좋은 이유는 낯섦과 익숙함이 고루 있기 때문인데, 그런 면에서 하연재는 거듭 아름답고 편안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사계절을 달리하는 야생화들 덕에 시간을 함께하는 듯한 이곳은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소중한 곳인 듯하다. 점심 때면 북적했다가 이내 오후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떠나버리는데 영감과 집중이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쓸려나가는데 그 감각들이 재밌다.
조용한 단골이기를 소원하는 나로써는 직원분들이 친절하다는 것 말고는 아는 정보가 많이 없지만 직접 가꾼 야생화와 어항, 정원을 보면 주인의 성품이 보이는 듯하다. 예전에는 웰시코기 두 마리가 돌아다녔는데 요즘은 한 마리밖에 안 보여 혼자 조용히 의문을 갖는다.
차를 타고 오는 동안 좋은 문장을 생각해놓았는데
그새 잊어버렸다. 별 것 아닌 것도 그리울 때가 있는데 소중했던 것이 잊혀져갈 때면 퍽 슬프다.
꽃이 떨어지면 그 꽃은 양분이 되어 나무에 흡수된다.
그리고 다음 봄이 오면 새로운 꽃이 되어 다시 핀다.
소멸이 곧 생성의 시작인 것이다.
연말에 이사를 앞두고 있어 봄의 하연재 사진을 몇 장 찍어두었다. 사진 재주가 없는 것은 늘 아쉽다.
함께 오래 할 수 있는 사람과 가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미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영영 함께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