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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Apr 20. 2023

네 말이 맞다.

날씨가 꿀꿀해서인지 여러 사건 때문인지

하루가 참 힘들었다.

가끔 뜻대로 안되는 것들이 있더라고.

날씨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고.


얼마 전에는 엄마가 결투신청을 했다.

자기가 서운하고 마음에 쌓인게 많으니 한바탕 하자고.

한바탕했다. 다 들어주고 달래기도 하고 화도 내고

소리도 지르고.


다 듣고보니 결국 엄마는 외로웠다.

내가 보고싶었던 것이다.

요즘 바빠 전화도 잘 못하고 시시콜콜한 얘기도

못 들어드렸더니 자기 나름대로 서운함과 그리움이

뒤엉켜 오해와 원망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관계는 신뢰에 기반한다.

엄마는 늘 어려서부터 혼내거나 매질을 한 뒤에

설명을 해주었다. 사춘기가 지나서도.

“엄마가 혼내서 미안해. 사랑해서 그러는거야.”

“우리가 이렇게 싸운다고 해서 우리가 사랑한다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아. 우리는 가족이잖아.”


며칠을 곱씹은 마음을 뱉고

네 마음을 듣고나니

내가 네게 갖는 마음이 엄마와 다르지 않았다.


보고싶어서, 사랑해서 그렇더라.

그게 아닌거 알면서 서운하고 마음을 들춰

확인하게 되더라.



네 말이 맞다.

우리의 마음은 한 치도 멀어지지 않았는데

배경이 많이 변했지.

매일 해를 보고 달을 보며

누가 너의 의미에 대해 물어볼 때도

사진과 일기를 볼 때도 너를 생각하는데

왜 나는 우리의 문을 열어볼 생각을 못했을까


문만 열면 네가 있는데

나는 왜 그 문 열기를 망설였을까


-

-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사실 진정한 믿음이라는건 걱정하고 염려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하듯 하면되는건데 나는 늘 그게 부족하더라고.

떠날까봐 싫어졌을까봐 멀어졌을까봐 음 아니

싫어할까봐 불편할까봐 힘들어할까봐

그게 아닌거 알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그럴 수 없는 사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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