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꿀꿀해서인지 여러 사건 때문인지
하루가 참 힘들었다.
가끔 뜻대로 안되는 것들이 있더라고.
날씨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고.
얼마 전에는 엄마가 결투신청을 했다.
자기가 서운하고 마음에 쌓인게 많으니 한바탕 하자고.
한바탕했다. 다 들어주고 달래기도 하고 화도 내고
소리도 지르고.
다 듣고보니 결국 엄마는 외로웠다.
내가 보고싶었던 것이다.
요즘 바빠 전화도 잘 못하고 시시콜콜한 얘기도
못 들어드렸더니 자기 나름대로 서운함과 그리움이
뒤엉켜 오해와 원망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관계는 신뢰에 기반한다.
엄마는 늘 어려서부터 혼내거나 매질을 한 뒤에
설명을 해주었다. 사춘기가 지나서도.
“엄마가 혼내서 미안해. 사랑해서 그러는거야.”
“우리가 이렇게 싸운다고 해서 우리가 사랑한다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아. 우리는 가족이잖아.”
며칠을 곱씹은 마음을 뱉고
네 마음을 듣고나니
내가 네게 갖는 마음이 엄마와 다르지 않았다.
보고싶어서, 사랑해서 그렇더라.
그게 아닌거 알면서 서운하고 마음을 들춰
확인하게 되더라.
네 말이 맞다.
우리의 마음은 한 치도 멀어지지 않았는데
배경이 많이 변했지.
매일 해를 보고 달을 보며
누가 너의 의미에 대해 물어볼 때도
사진과 일기를 볼 때도 너를 생각하는데
왜 나는 우리의 문을 열어볼 생각을 못했을까
문만 열면 네가 있는데
나는 왜 그 문 열기를 망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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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사실 진정한 믿음이라는건 걱정하고 염려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하듯 하면되는건데 나는 늘 그게 부족하더라고.
떠날까봐 싫어졌을까봐 멀어졌을까봐 음 아니
싫어할까봐 불편할까봐 힘들어할까봐
그게 아닌거 알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그럴 수 없는 사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