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모자무싸> 1,2화 후기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줄여서 모자무싸.
이상하게도 제목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사랑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니고, 사람과 삶의 이야기일 것만 같아서. 제목만으로도 이미 어떤 결이 느껴졌다.
내가 오래 좋아한 드라마는 노희경 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이다.
우리네 삶을 닮은 이야기, 심장을 찌르듯 정확한 대사와 나레이션, 사람 냄새가 짙게 배어 있던 드라마. 나는 그런 이야기를 사랑했다. 그리고 이제 와 깨달았다. 내가 오래 기다려온 것이 결국 휴머니티였다는 것을.
인간 냄새가 진하게 밴 월요일 저녁, 퇴근길 지하철에서 이 드라마를 틀었다. 사람들 틈에 끼어 작은 화면을 바라보면서 나는 고요하게 집중하고 있었다.
초반부터 마음을 빼앗긴 건 아니었다.
구교환이 연기하는 ‘황동만’이라는 사람에게는 쉽게 정이 가지 않았다. 너무 초라했고, 너무 날것이었고, 너무 적나라했다. 가까이 두기엔 불편한 인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도 1화를 보고 난 후 나는 그에게 사로잡혔다.
그의 처절함과 비루함이 오히려 너무 인간적이어서. 바라보면 계속 마음이 쓰이는 얼굴이어서.
황동만은 허공을 향해 제 이름을 외친다.
“동만아, 황동만!”
그리고 스스로 대답한다.
“네!”
그 짧은 장면이 가슴에 오래 남았다.
사라질까 봐, 잊힐까 봐, 자기 자신마저 흐려질까 봐 끝내 자기 이름을 불러보는 사람.
그리고 아직 여기 있다고,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고 겨우 대답하는 사람.
나도 마음속으로 내 이름을 불러보았다.
작아진 나를, 용기를 잃은 나를, 생기를 잃고 희미해진 나를,
자꾸만 타인의 시선 속에서만 나를 확인하던 나를.
사람의 가치를 함부로 말하는 건 쉽다. 누가 더 나은지, 누가 더 못한 지, 누가 쓸모 있는지 없는지.
하지만 누구에게나 작아지는 시절은 온다. 어떤 사람에겐 그 시간이 아주 길어서 동만처럼 20년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황동만의 절박함은 낯설지 않았다.
그건 한 인간이 삶 앞에서 내미는 구조 신호처럼 보였다. 살아 있고 싶다는 마음, 사라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끝내 나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
그 처절함, 삶에 대한 애원.
오랜만에 나는 허기를 느꼈다.
재미를 논할 거라면 이 드라마는 비추다.
삶을 논할 거라면 기꺼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