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전쟁49, 망할 거라는 점은 왜 못쳤나

by 글쓰는정혜

나는 꽤 오래 운명을 믿어온 사람이다.


사주를 보러 가본 적도 있고, 신점도 들었고, 타로카드는 자격증까지 땄다. 맹신은 아니었지만, 그 안에 어떤 ‘결’은 있다고 생각했다.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세상에는 있다고 믿는 편이었다.



그래서 디즈니 플러스에서 운명전쟁49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상하게 설렜다. 마치 내가 오래 믿어온 세계가 공중파 무대 위로 올라오는 기분이랄까. 구독하던 플랫폼도 아니었지만, 그 프로그램 하나 때문에 1만 4천 원을 결제했다. 믿음에는 그 정도의 값어치는 있다고 생각했다.


첫 화는 자기소개이니 그렇다 치자고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실력을 검증한다는 과제에서 묘하게 어색한 장면들이 눈에 밟혔다. 지나치게 티 나는 패널들의 리액션, 맞히고도 본인이 더 놀라는 무당의 표정. “왜 저렇게까지 놀라지?”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의심은 그렇게, 아주 작게 시작됐다.


그리고 어느 날 블라인드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프로그램 PD와 식사를 하며 들은 비하인드라며,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제작진이 현타를 많이 겪었다는 문장도 함께였다.





그 글을 읽고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 화면은 전혀 다른 톤으로 보였다. 진지한 표정들이 어딘가 연극처럼 느껴졌고, 긴장감은 설계된 장치처럼 보였다.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나는 그 지점에서 멈췄다. 더는 볼 수 없겠다고, 조용히 선언했다.


사실 나는 운명을 완전히 부정하게 된 건 아니다.
다만, ‘누군가가 대신 읽어준 운명’을 믿기 어려워졌을 뿐이다.


운명은 아마도, 아무도 모르는 게 맞다.
그래서 더 불안하고, 그래서 더 기대하게 되는 것 아닐까.


혹시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의도가 있었다면,
그건 우리가 믿어온 것들을 한 번쯤 의심해보라는 메시지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날 이후로 점을 보러 가지 않았다. 대신 내 선택을 조금 더 믿어보기로 했다.
운명이 있다면, 적어도 그 방향을 틀 핸들은 내 손 안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