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초속5센티미터>,우리가 만날 확률 0.0003%

영화<초속5센티미터> 리뷰

by 글쓰는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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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란 건 늘 뒤늦게야 실감하게 된다. 그저 만나고, 머물고, 헤어지는 단순한 반복처럼 보이는데도 우리는 자꾸만 묻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만났을까. 우리의 세계는 왜 하필 이 시점에 교차했을까. 어쩌다 이 넓은 시간 속에서 서로를 발견했을까. 사실 거창한 답은 없다. 다만 우리는 만나게 될 인연이었고, 결국 만났다는 사실만이 남는다. 영화의 표현을 빌리면 0.0003%의 확률을 뚫고서. 드라마 <하츠코이>에서는 ‘60억 분의 1’이라 말한다. 숫자는 다르지만, 말하고자 하는 마음은 같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기적에 가깝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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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은 겉으로 보면 평범하다. 약속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밥을 먹고, 웃고, 돌아서는 일. 그러나 그 평범함의 이면에는 거대한 변화가 숨어 있다. 수많은 가능성 중 다른 누군가를 스쳐 지나칠 수도 있었던 그 시간에, 단 두 사람이 교차한다는 것. 그 순간은 조용하지만, 이후의 삶에는 오래 남는다. 누군가는 나의 취향이 되고, 나의 첫 감정이 되고, 나의 세계를 다시 설계하는 사람이 된다. <초속5센티미터>의 타카키와 아카리처럼, 어떤 시절에는 한 사람이 곧 세계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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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모든 오래된 인연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길이가 곧 마음의 깊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천 번도 넘게 메일을 주고받아도 1센티미터도 마음은 가까워지지 않았어.”라는 대사처럼, 교류의 횟수와 감정의 밀도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많이 말한다고 가까워지는 것도, 자주 본다고 사랑이 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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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단 한순간의 스침이 평생을 흔드는 일이 되기도 한다. 벚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초속 5센티미터.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는 찰나의 장면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스쳤을 뿐인데, 이미 지나갔는데, 그 여운은 계절이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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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스침은 그래서 소중하다. 활짝 피어났다가 순식간에 흩어지는 벚꽃처럼,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만남일지라도. 그 기억이 며칠짜리일지, 아니면 평생의 걸쳐 가슴에 맴도는 저릿함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사람과 사람이 만날 확률 0.0003%. 우리는 그 숫자보다, 그 소중함을 더 오래 기억해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