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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세시 Oct 07. 2020

애호박전

200721

시골에서 따온 커다란 애호박으로 뭘 해먹지 고민만 하다가 어릴적 엄마 대신 너무 자주해서 질려버린 애호박전을 했다.

커서는 결코 하고싶지 않았던 평소에 절대 해먹지 않았던 요리인데  전전날은 부추 넣고 소고기 다져넣고 애호박과 양파를 채치듯 얇게 썰어서 달걀 톡톡 깨트려 부추전 해먹고,

전날은 호박을 나박나박 썰어서 양파와 함께 새우젓 다져넣고 달달 볶아 애호박새우젓국을 해먹고 오늘 더는 할 게 없었다.


몇십년 만에 연기나도록 달군 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애호박을 둥글게 썰어서 밀가루 탁탁 입히고 달걀물에 적셔서 약불에 올리고 은근 하게 익히는 동안 어릴때 생각을 했다.

그땐 내가 생각해도 어찌나 그렇게 노릇노릇 잘 부쳤는지, 엄마가 애호박 잘 부친다고 칭찬해주면 더 노릇하고 예쁘게 부치려고 쪼그리고 앉아 무던히 뒤집어가며 부쳤더랬지.

시골에서 가져온 재료들로 차려낸 밥상

그런데 이렇게 부쳐놓고도 나는 막상 잘 먹지 않았다.

나는 전 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오늘도 은근하게 노릇노릇 한통을 부치느라 30분을 쓰고 한점 집어먹었을 뿐이다.

그런데 오늘은 달콤하니 참 맛나네?

호박이 맛있는걸까 옛 생각에 마음이 맛있었던 걸까..?


어쩌면 그 긴 세월 동안 내 입맛이 변했는지도.



여전히 애호박전은 하기 힘든 요리다.

하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기름을 많이 두르지 않고 은근한 약불에서,

내내 지키고 서서 기름냄새 맡아가며 타지않게 노릇노릇 굽기란 쉬운게 아니다.


애보박전은 늘 맛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건, 단순해보이는 저것에 그만한 시간과 정성이 달달하게 베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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