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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세시 Mar 28. 2021

봄은 상처를 준다.


터엉
터더엉.

비가 짖는다.
바싹 마른 피부로
따갑도록 짖어댄다.

글쎄
언제 보았다고
이토록 반가워 하는지


반가움이 사무치게 쓰라려
마냥 기쁨으로

참을수가 없다.

짖는 소리가 퍼지면
쓰라림도 젖젖이 번지고
온몸은 축축히 재워진다.

글쎄
언제부터 알았다고
이다지도 톡톡 얼싸안는지

껍질이 벗겨지는 비명으로
사납게 짖는 소리를
가만히 들을 수 밖에 없다.

시뻘건 속이 보일까
살갗이 스르렁 드러난다.
악쓰는 빗줄기가 그 사이를 지난다.

대체 
언제까지 쓰라림에
벼려지게 적실 셈이냐

오직, 그 마음에 질려
몸 구석구석 더듬어간 곳마다
푸른 멍이 돌기처럼 솟아버렸다.


제발,
그저 지나가주세요.
그만, 바라보지 마세요.
이미 터진 상처들을
아껴보는 그대들의 눈빛은
더욱이 솟아나서 아프게 하네요.

온통 짓이겨진 연두핏 상처뿐이니.
그냥 숨고르게 두세요.


210327 1354

봄인데,
나무들도 저마다 잎을 틔우고 잎눈 꽃눈이 돋았다.
비가 와서 그것들을 두들긴다.
그들도 이 돌기로 얼마나 아플까


겨우내 입었던 껍질을 억지로 벗겨제치고

제 살을 뚫고 나오는 이것들이
수포처럼 온 몸을 덮쳐 견딜수가 없는데
비가와서 짖듯이 두드려대니
견딜수 있겠나.

저들의 소리없는 비명을 보라.
온몸이 흠뻑 젖을 정도로 질려버린 몸뚱이를 보라
어디 즐거움인가.
그저 쓰라린 고통이 번지는 것을 온 힘을 다해 견딜 뿐이다.

수포가 터져 진물이 흐르고 뻘건 속살이 드러나도
언젠가는 아물것을 알기에 악을 물고 견딜 뿐이다.

이 고통의 몸부림을
누가 감히 생동한다고 하는가.
짓이겨지는 연둣빛 상처들을 저마다 감탄으로 대할때
그들은 입을 막고 악을 삼킨다.



그러니 감동하지 말고

그러니 감탄하지 말고

그러니 감상도 말고

그저 지나가자.

아무일도 없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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