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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맞지 않는
사람과의 연애

9년연애 싸움없는 커플

 싸움 없는 9년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우리 커플은 서로 진짜 다른데, 너네 둘은 정말 똑같다. 항상 같이 하고 이해해주고, 그래서 진짜 잘 맞나 보다'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그래 확실히 우리는 싸움 없이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똑같고, 그렇기에 서로 잘 맞는 커플인가? 그래서 싸우지 않는 것일까?

그런 걸까?

 우리의 첫 만남은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로맨스 소설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실패한 연애와 가정 형편 때문에 1년 휴학을 하고 대학 연구실 노예 계약을 통해 돌아온 복학생인 '나' 그리고 한 살 어린 2학년 과탑 '핑핑이'(는 여자 친구의 애칭입니다). 우리는 대학교 연구실 책상에서 처음 만났다.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 단정하게 꾸민 모습이었던 핑핑이의 첫인상은 눈이 엄청 컸다는 것이다.

진짜 핑핑이처럼 눈이 컸다

 '노트랑 펜 챙겨서 잠깐 모이자.' 연구실 책상 배치를 받고 선배들이 전달 사항이 있는지 모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맨몸으로 덩그러니 있던 나는 부랴부랴 받아 적을 종이를 찾았다. 아무것도 쓸 것이 없자 옆에 있던 핑핑이의 노란색 노트패드를 덥석 집었다. '나 이거 몇 장만 쓸게.' 지금 생각해도 서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첫 대사로 참 메너가 없었다. 핑핑이는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선채로 나를 내려다봤다. '네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나아아아~' 큰 눈이 서슬 퍼런 광선을 내뿜었다. '주륵' 등 뒤로 눈물 같은 땀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쓸 거면 돈 내고 써요.' 싸늘한 존댓말이 들려왔다. 함께 쏘는 눈총은 머신건급 Duu-du Duu-du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난 잔뜩 움츠러들어서 '어.. 아니야 그럼 괜찮아.' 노트패드를 잡고 있던 손은 멋쩍게 허공을 돌아 내 주머니 속으로 돌아왔다. 제대로 된 사과도 예의도 메너도 없는 선배, 할 말 하는 당당한 후배 우리의 첫 만남은 아마 핑핑이에게 최악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연애는 취향부터 많이 달랐다. 어둡고 날카로운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좋아하는 나, 과즙미 뿜뿜 여자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는 핑핑이. 공부를 할 때에도 나는 간이침대에 누워서 책을 보는 배짱이 같았고, 핑핑이는 도서관에서 조용히 집중하며 공부하는 타입이었다. 연구실 책상만 보더라도 널브러져 있는 책이 있으면 내 자리였고, 펜 위치까지 정리정돈이 되어있는 자리는 핑핑이 자리였다. 우린 정말 잘 맞는 커플이었을까?


 사람들은 연애를 처음 시작할 때 영화 취향이 같거나, 음식 취향이 같으면 서로 잘 맞아 싸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커플이 같이 살게 되면 과연 집안일 싸움이 없을까? 연애 고수들의 글을 보면, 서로에게 잘 맞춰주면 싸움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과연 평생 나를 버리고 맞춰 살아갈 수 있을까? 나중에 너한테 맞춰 살다가 아무것도 못했어!라는 불만이 생기지 않을까? 왜 연애를 하는데 서로를 맞추려 하고, 잘 맞는 것을 꼭 생각해야 하는가?

 

우리는 잘 맞지 않기에
(절대 서로를 무시하지 않는다)
고로 싸우지 않는다.

 전혀 맞지 않는 상태에서 연애를 시작하자. 그에겐 그의 생각이 있고, 그녀에겐 그녀의 생각이 있다. 그의 색깔이 있고, 그녀의 색깔이 있다. 연애를 하면서 그러한 생각, 특징, 색깔들을 알아가 보자.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색깔의 특징은 무엇인지.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생각과 색깔을 오롯이 이해할 때 진짜 연애가 시작된다.


 '9년연애 싸움없는 커플'은 20년을 넘게 따로 살다가 만났고, 그 후로 9년을 연애하고 있다. 전혀 다른 취향과 생각,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색깔을 존중하고 절대 그 어떤 것으로도 상대방을 무시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 만나 서먹서먹하고 잘 맞지 않는 사람처럼 항상 상대방을 존중하며 지내왔다. (그렇다고 사이가 서먹서먹하다는 건 아니다)


 난 정리를 잘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어지르는 성격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리로 싸우지 않는다. 싸울 수가 없다. 그녀가 무언가 정리할 때 나도 같이 정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상태가 그녀로 인해 억지로 바뀌었다거나, 그녀의 색깔로 내가 뒤덮이고 내 색깔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정리 때문에 나를 무시한 적이 없었고 그 덕분에 나는 그녀의 꼼꼼함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오히려 정리까지 배우게 된 지금의 내 모습이 나의 색깔에 엣지를 더한 느낌이다. 조금 더 나아가서 집안일을 같이하는 것, 미래에 육아를 같이 할 것, 함께 사는데 필요한 모든 일을 같이 하는 것, 이것은 지금까지의 성격을 바꿔 억지로 나와 그녀를 잘 맞도록 고치는것이 아니라 혼자 살던 삶에서 함께 사는 삶으로 '인생의 새로운 결'을 같이 해나가는 것이다.


 나와 당신이 가진 고유의 색깔과 향기 느낌은 전부 다르다. 당신의 그녀도, 당신의 그도 전혀 같을 수 없다. 각자의 색깔을 바꾸려, 서로의 색깔을 맞추려, '잘 맞는 커플'이 되려 많은 사람들은 싸운다. 그러면서도 맞지 않는 색깔을 참으면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고 싶어한다.


 9년 연애 싸움 없는 커플은 이러한 상식을 깨고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인생의 같이 하려 하고 있다. 그렇다 사랑한다면 서로의 색깔을 맞추려 하기보다 인생의 결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커플이 잘 맞는다'는 주변의 평가에 이제 대답할 수 있다. 우리는 잘 맞는 커플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 인생의 큰 결을 함께하기에 행복한 커플이다. 당신은 어떠한가? 잘 맞는 커플이 되려 평생 끝없는 싸움을 할 것인가 아니면 서로 다른 점을 존중하는 행복한 커플이 될 것인가?



9년연애 핑핑이 커플의 싸움없는 비결이 더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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