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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웅 Jan 20. 2017

당신의 취향을 찾아드립니다.

취향저격 서비스

인생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때,

하루가 길고 시곗바늘 조차 느리게 움직일 때,

아침 눈꺼풀은 무겁고 출근 길이 고통스러울 때,

바로 그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가슴 설레는 나만의 취향이다.


취향이란 인간 그 자체다. "톨스토이"

취미가 좋아하는 것을 향한 구체적인 행동이라면 취향은 그 취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더 본질적인 존재감이다. 사람은 누구나 유일한 존재인 아담과 이브가 되고 싶어 하는데 옷을 벗으면 결국 똑같은 알몸이라는 것에 실망한다. 때문에 남과 나 사이에 거리를 두고 독립적인 자아가 되기 위해 필사적이다. 이런 욕구는 온전한 나를 인식하기 위한 건강한 과정이다.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이런 현상을 "구별 짓기"라고 얘기한다. 구별 짓기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취향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행위이다.


그래서 취향이 뭐냐고? 끊임없이 부딪치고 섞이고 다듬어지며 나만의 조각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취향을 과정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선천성보다 후천성을 띄기 때문이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일 거야) 확정이 아니라 (난 이런 사람이고 싶어) 지향이다.


"남과 달라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를 강하게 때리는 화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화두는 과거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어렸을 때는 남만큼만 해라 남들과 같아야 한다. 남과 같지 않으면 왕따가 되거나 경고를 받아야 했다. 과거의 사회는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교육시키고 유지해야 하는 "우리"의 사회였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옳다 라고 할 수 없지만 패러다임이 변한 것만은 확실하다. 도시에 빽빽이 들어찬 인구와 철학과 권리를 두고 토론하는 지식인들 그리고 굶을 걱정 없이 행복과 여가를 추구하려는 한량들의 세상이 왔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우리"에서 벗어나 "나"를 찾는 것이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그가 속한 사회도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디언 속담에 너무 빨리 달리면 영혼을 잃어버린다는 말이 있다. 아무 목적 없이 바쁘게 살다 보면 고통을 조금이나마 마취시킬 수 있지는 몰라도 우리의 취향은 결국 꽁꽁 얼어버린다. 바쁠수록 더 많은 색깔이 당신에게서 빠져나가 회색 신사(모모)가 되어버릴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따듯한 "취향"이다.


나만의 향기를 어떻게 품을 수 있을까?

백화점에서 내게 맞는 옷을 고르듯 취향을 고를 수는 없을까?

당신은 이 향기가 어울릴 것 같은데 한번 써보겠어요?

다정한 손길로 내게 취향을 권해줄 사람은 없을까?


취향을 과연 어떻게 찾아야 할까?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충돌" + "제안" + "탐색" + "모방" = "경험"


1. 충돌

- 취향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충돌에서 나온다.

- 추천 서비스 : 밋업, 소모임

취향은 부딪치면 깨지는 얼음이 아니라 서로 섞여 맛을 내는 카페라테와 같다.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서로 접촉하고 살아가며 취향을 나눈다. 취향에도 상극이 있고 때로는 밀어내기도 하지만 어느새 그들 취향의 일부는 기어코 내가 품고 만다. 취향이 하나씩 더해질수록 "나"라는 존재는 더 새로워진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충돌은 언제나 흥미롭고 즐거운 사건이다.


시간이 지나면 가족과 친구의 취향만 담기에는 비좁을 정도로 자신의 세계가 넓어지는 시기가 온다. 그때가 바로 충돌의 분야를 넓히는 시도를 해야 할 때이다. 다른 학문을 배우는 사람 다른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 나와 다른 영화, 다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훨씬 커다란 취향의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런 계기는 보통 여행, 이사, 이직, 모임 등을 통해 만들 수 있고 가장 시작하기 편한 방법은 좋은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다.

나는 한때 젊었고 홀로 떠돌았고 길을 잃었다. 나는 누굴 만날 때만 풍요로워진다. 인간의 기쁨은 다른 인간이다. <인생의 발견 중>


<밋업>

www.meetup.com/ko-KR

내가 원하는 지역 내가 원하는 키워드를 통해 모임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이다.

모임이 없는 지역이 없고 신기하게도 내가 원하는 키워드가 있을 정도로 활발한 커뮤니티이다.

필자는 언어 공부를 위해 자주 이용했었고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소모임>

www.friendscube.com

밋업이 글로벌 서비스라면 소모임은 국내에 한정된 모임을 추천한다.

키워드를 범주에 따라 보기 좋게 나누었고 국내 지향적인 서비스임으로 편리하다.

밋업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국내 서비스로는 더 잘 어울린다.


2. 제안

- 취향을 구독한다.

- 추천 서비스 : 하비인 더 박스(Hobby in the box), 플라이북

취향은 선천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다양한 경험과 도전으로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취향의 어떤 키워드를 찾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추천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들은 취향의 탐색부터 편집까지 제안하는 노련한 큐레이터들이다. 전문가로서 당신에게 맞는 제안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취향의 획득이 어려우면 결국 갖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때문에 올바른 취향의 초입에 들어서게 해줄 큐레이터의 도움을 청하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무조건 혼자 획득해야 한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하비인 더 박스(Hobby in the Box)

www.hobbyinthebox.co.kr

한 달에 한번 취향을 정기 구독하는 서비스다.

초콜릿 쿠킹, DIY 네온사인, 클레이 아트 등 다양한 취미를 구독할 수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정성스럽게 준비된 키트를 보면 살짝 감동을 선사한다.

이 서비스의 장점은 완제품을 통한 물질적 만족감보다 취향을 만들어내는 구독자의 경험마저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물건을 소유함으로 얻는 취향은 매우 낮은 차원이다. 경험을 통해 체득되는 취향은 더 향기롭다.

한 달에 한 번 설레는 기분으로 취향을 기다려보자!


경험해보길 원한다면 텀블벅 행사를 참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http://bit.ly/2k8jqBs)

플라이북

www.flybook.kr

플라이북은 매달 도서를 정기배송받는 서비스이다.

애플리케이션에 나의 관심사와 취향을 등록하면 플라이북의 컨시어지가 정성스러운 손편지와 함께 내게 어울리는 책을 보내주는 게 특징이다. 플라이북은 바로 이런 "선물"의 감성을 잘 활용하였는데 상품의 선정부터 포장까지 받는 사람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느껴진다.

한 달에 한 번 내게 주는 감성 선물 플라이북 신년 계획이 독서였다면 가볍게 시작해보자



3. 탐색

- 취향을 검색한다.

- 추천 서비스 : 리디북스, 29CM, 넷플릭스

당장 나만의 취향을 무엇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키워드는 무엇인지 누구나 몇 개 정도는 적어 볼 수 있다. 취향도 결국 탐색과 탐구를 통해 발견하게 되는데 시작은 작은 키워드면 충분하다. 종이 한 장에 생각 나는 키워드를 모두 적고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키워드를 세 개만 골라보자 그리고 그것들을 배우거나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곳에 가서 검색해보면 된다.


필자는 얼마 전에 만년필을 선물 받았고 만년필과 문구에 대한 호기심으로 문구의 모험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웬만한 문구들의 역사와 발달 과정을 학습하게 되었고 그 지식들은 온전히 문구에 대한 취향이 되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다양한 취향들을 학습 및 경험할 수 있다.


리디북스

bit.ly/2jfR33V

국내 최대 규모의 전자책 서점이다.

내가 원하는 취향의 키워드를 바로 얻으려면 탐색부터 소유까지 빠르게 이루어지는 편이 좋다.

우리는 언제 한번 수영을 배워봐야지 언제 한번 기타를 배우러 가야지 언제 한번...이라는 바람으로 갈음하곤 한다. 하다못해 종이책을 사고 싶어도 주변에 서점이 없거나 결제부터 배송까지의 과정을 못 견디는 게 우리들이다.


전자책은 빠르다 적절한 탐색만 이루어진다면 내가 원하는 분야의 책을 사서 보는 데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책은 본래 행동을 유발하는데 좋은 촉진제이다. 문구에 대한 관심 있다면 "문구의 모험"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좋고 맥주에 대해 알고 싶다면 "맥주의 세계" 등 당신이 알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키워드들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다. 취향을 행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다. 이 경험들이 실제 경험에 진입할 때 큰 힘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29CM

www.29cm.co.kr

-어른들의 놀이터, 인스타를 판다.

29CM은 가히 감각의 제국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욕망이 가득한 곳이다. 이곳에 셀렉트 된 상품들의 매력은 둘째치고 상품 소개를 위해 만든 이미지들 페이지들 카피들이 모두 섹시하다. 만약 아직까지 이곳을 몰랐다면 그냥 모르고 있는 게 당신의 통장을 위해서 좋은 일이다. 내적인 취향을 잘 키우고 있다면 은은하게 드러나는 외적인 취향도 돌봐줄 필요가 있다.


4. 모방

취향의 창조도 모방에서 비롯한다.

모방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누군가를 쫒고 그와 같은 행동을 취한다고 자책하지 말자 그들에게 서 얻은 영감은 분명 당신 취향의 훌륭한 원료가 될 것이다. 사람들이 취향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남들과 다른 취향을 가져야 한다는 오해다. 취향은 따라 한다고 같아질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존경하는 작가가 쓰는 만년필을 사서 그의 필체를 따라 해볼 수 있다. 좋아하는 영화에 재즈가 나왔다면 바로 클럽 에반스에 가서 재즈를 즐겨도 좋다. 얼마 전에 롱보드 여신 고효주의 영상이 큰 인기를 모았다. 기다란 보드에서 춤을 추며 공원을 활보하는 모습은 분명 매력적이었고 수많은 보더들을 양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영상을 쫒아 보드를 들고 쭈뼛쭈뼛 공원에 나와있는 친구들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들은 팔로잉을 통해 수많은 가능성 중에 하나를 시험해보고 있는 것이다.


단, 발자국은 걸음마를 땔 때까지만 쫒기를 바란다. 결국은 나만의 독특한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1+2+3+4 = 경험


잠드는 게 힘들고 잠에서 깨는 게 힘든 이유는 설레지 않아서다.

설렘은 새로운 것과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에서 온다. 결국 모든 취향은 경험에서 온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취향을 남기고 현재의 경험이 앞으로의 취향을 만들어간다. 취향은 그렇게 하나의 행동에서 나만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스며든다.


"처음"이라는 단어를 방패로 많은 사람들이 시도에 앞서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잊지 말자. "처음"에서 오는 "shy"함마저 사람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것을... 부끄러움은 우리를 겸손하게 하고 더 배우게 하고 더 온기 있어 보이게 한다. 완벽할수록 철저히 고립될 수밖에 없다. 주변에 매력 있는 사람이라고 칭찬을 듣는 사람을 찾아보자 분명 그는 매력적인 바보 멍청이다.


그때부터 난 누구보다 선량하고 정직하지만 다소 나약하고 정에 이끌려 일을 그르치고 마는 '루저'들을 좋아하게 됐다. 설사 패배자처럼 보일지라도 세상의 기준과는 다른 자기만의 가치에 따라 사는 사람들이 내 눈에는 훨씬 더 재밌고 멋져 보였다.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취향은 경험이고 인간과 인간, 양식과 양식의 충돌에서 나온다.

어떤 방향이든 시도하고 그에 따른 감정을 충만하게 느끼길 바란다.

당신의 골칫거리이자 영원한 친구인 불면증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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