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웅 Apr 16. 2016

스토리를 담아 욕망을 파는 곳 “츠타야 서점"

모두가 디자이너가 되는 곳

스토리를 담아 욕망을 파는 곳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츠타야 서점은 내게 작은 울림이고 어렸을 적부터 꿈꾸어온 나의 버킷리스트였다.


책과 커피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만들어내는 특유한 문화가 있는 곳 그런 카페 그런 서점 그런 어른 이들의 놀이터를 운영하고 싶은 작은 꿈을 2005년 “민들레영토 희망스토리”라는 책을 통해 갖게 되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전자출판계에 몸담으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중이며 그 일환으로 서점 문화가 발달한 일본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시부야 역에서 구글맵을 키고 열심히 걷고 걸어 츠타야를 찾아갔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리고 은은한 가로등 불빛이 고즈넉함을 뿜어내고 있을 때였다. 나는 단지 이곳에서 몇 시간을 보고 북 앤 배드 도쿄를 가려고 했지만 결국 그날 저녁부터 다음날 오전부터 오후 시간 대부분을 츠타야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가 책을 좋아해서? 그렇지 않았다. 그곳에 온 일본인 대부분이 나와 같이 장시간 체류하며 츠타야에 젖어들었다. 츠타야에는 사람들을 젖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다양한 문화의 멀티플렉스 츠타야, 그곳에는 “사람”과 “이야기”가 있었다.

이곳은 소위 문화콘텐츠라 불리는 것들이 적절히 녹아들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멀티플렉스이다. 책, 음악, 영화, 관련 상품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가장 중요한 사람이 그곳에 있었다. 문화를 팔기 위해서는 단지 책이나 음반 DVD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마치 우린 모든 종류의 상품을 구비하고 있으니 알아서 알아보고사가세요 라고 하는 월마트나 하이마트 같은 쇼핑몰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그런 곳들은 아무리 값비싼 상품을 전시해도 고급스럽지 않다. 부담스러운 판매원들의 눈빛을 뿌리치고 어서 볼일 보고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츠타야는 단순히 무언가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그들은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곳이다. 큰 구분을 보자면 책, 음반, 비디오, 관련 상품(고급 필기류, 전문서 또는 전문기구)등이 있는데 각 코너마다 전문 파트너가 존재하며 제품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인 매장의 판매원이라기보다는 각 분야별 전문가가 특별히 나를 위해 컨설팅을 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츠타야에서는 이들을 지적자본이라 치켜세우며 컨시어지라는 호칭을 부여한다. 바로 이들이 제안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곳은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해 그곳의 주인 역할을 한다. 특이한 스타일로 개성을 뽐내는 사람들,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수백만 원의 스피커에 투자하는 음악 애호가들, 애플의 추종자들, 스타벅스 커피로 목욕도 할 수 있는 사람들 등등 자신들이 애호하는 문화를 느끼고 즐기고 뽐내며 또 다른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곳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마치 자신들의 취향이 존중받는다고 여겨지며 그곳에서만큼은 그런 자신이 쿨한(멋진) 존재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 존재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자신들의 SNS에 츠타야의 채널이 되어주고 있다.

상품에게 부여할 수 있는 최고의 스토리텔링은 단연 책이다.

츠타야에서 단연 인상 깊은 장면은 바로 책과 상품의 절묘한 조화였다. 책과상품이 함께 진열되어있는데 둘 다 상업적인 상품으로 보이지 않고 마치 예술적인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 그 무엇처럼 보였다. 퀼트와 관련된 책 옆에 곱게 만들어진 손수건이 아날로그 한 포장과 어우러져 나를 유혹했고 맥주와 관련된 책 아래 전시된 유니크한 빈티지 맥주병들은 나에게 마셔달라고 애원했다. 도저히 그 상품들을 한 번이라도 만져보지 않고 지나갈 수 없었고 한 번 손을 탄 상품들은 다음날에도 계속 생각이나 어느새 구매를 하고 있더라…. (결국 여행 경비의 절반을 츠타야에 헌납하고 말았다.)


한참 지나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크게 다를 것 없는 상품들이었다. 어디서든 살 수 있는 손수건이었고 인터넷으로 몇 번 검색하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그런데 유독 츠타야 서점에서 관련 책들과 함께 놓여있는 그 상품들은 마치 내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물건이야 그리고 이 책들은 그런 나를 찬양하는 교본들이지라고 속삭이는 느낌이었다. 내가 만약 일본어를 알았다면 책도 함께 구매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상품을 그 상품은 이 책을 가치 있게 밝혀주는 상호보완적인 존재이면서도 구매자에게 정당한 합리화를 시켜주기 때문이다.


츠타야가 종합 문화공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책의 힘이 크다. 한 권의 책 속에는 한 분야 또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들어있다. 큰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도 철학부터 식물의 재배까지 모든 분야를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는 서점은 굉장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바로 이 서점과 카페 그리고 커머스의 결합이 츠타야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환상의 궁합 츠타야와 스타벅스

커피에 스타벅스가 있다면 서점에는 츠타야가 있다. 스타벅스가 단지 커피만 파는 것이 아니라 커피와 관련된 굿즈를 판매하고 디지털을 통해 고객과의 거리를 줄이고 편하게 체류할 수 있는 공간과 음악을 제공하는 등 츠타야와 닮은 점이 많다. 재미있게도 이 둘은 일본에서는 형제처럼 나란히 입점하여 서로를 빛나게 해주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이마트와 스타벅스와의 공생이 비슷한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마트 또한 문화교실과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 보하여 방문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있다.)

스타벅스는 거짓말 조금 보태 우연히 마주친 여행자들을 눈물짓게 한다. 동일한 맛과 분위기로 마치 고향과 같은 정겨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시아에서는 수준 높은 품질관리로 고급 카페라는 이미지를 선점함으로 츠타야의 숍인 숍(shop in shop)  파트너로서 손색이 없다. 


다이칸야마의 츠타야, 그리고 우리 동네 츠타야

츠타야는 그냥 츠타야라고 불리지 않는다. 다이칸야마의 츠타야 홋카이도의 츠타야 롯폰기의 츠타야 등으로 불린다. 그 지역과 잘 어울리는 지역 현지화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중 다이칸야마는 도쿄의 대표적인 부촌(부자동네) 중에 하나로 세련된 패션과 문화의 유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유명 건축가의 지휘로 지어진 고급빌라들과 개성 있는 디자이너들의 삽들이 어우러져 도쿄의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부분 건물의 높이는 4층을 넘지 않고 곳곳에 꾸며진 테라스와 정원들은 기분 좋은 편안함을 연출하는 이 곳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한남동이나 청담동에 가까운 곳이다.

다이칸야마가 츠타야 서점의 대표로 뽑히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다이칸야마가 주는 특별한 느낌을 츠타야의 빛깔로 잘 버무려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곳이 조성되자마자 다이칸야마의 명물로 우뚝 선 것은 단지 디자이너들의 멋들어진 고가의 상품이나 분위기 있는 카페 몇 개로는 줄 수 없는 문화적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들 은서로 공생하며 상권을 확장해가고 있으며 거리에는 활기가 넘친다. 이는 10층짜리 콘크리트 건물에 온갖 상업적인 상표들을 때려 박아놓은 요즘 것 과는 차원이 다른 가치이다.

다이칸야마에는 단카이 세대 즉 프리미어 에이지들이 두텁게 존재한다. 이들은 보통 소비력이 있고 자리가 잡힌 성인이기 때문에 자신이 지향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취향에 깊게 탐구하고 소비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다이칸야마의 츠타야는 바로 그런 고객들을 위한 상품 구성이 되어있다.


반면에 하코다테 츠타야는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구성에 더 충실하다. 그곳은 전통성이 강하고 아직 가족 간의 단결력이 높기 때문이다. 하코다테 츠타야 홈페이지 메인 텍스트를 보면 이렇게 적혀있다.

本とおいしいコーヒーがあって、家族や友達とおしゃべりしたり、子どもたちもワイワイできる場所
책과 맛있는 커피가 있는, 가족 또는 친구와 이야기하거나, 아이들도 와글와글할 수 있는 곳

넓은 공간에, 자유롭게 아이들이 뛰어 놀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공간으로 서점을 만들었다. 이 서점 안에는 생활잡화 매장이 있고, 생활잡화매장에는 카페가 운영되고 요리교실이 열린다. 책 매장에서는 문학작가를 제안하고, 책의 터널을 만들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어린이 코너는 어린이 책과 함께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실내 공원이 운영된다. 


이와 같이 츠타야의 각 지점은 그곳의 문화에 충실하게 녹아들어 하나의 커다란 제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특색 있는 츠타야가 한 개 두 개 히트를 치자 그 지역에 츠타야가 들어온다는 것은 곧 지역의 대표 명소가 생기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디자인에 집착하는 츠타야 그리고 일본

이번 일본 여행에서 느낀 것은 일본이란 나라는 굉장히 디자인에 집착한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에게 디자인이란 겉모습을 꾸미는 그 무엇이지만 일본에게 디자인이란 겉모양과 더불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어떤 형태를 갖추는 것이다. 생각보다 사람은 이성이 아닌 감성에 의해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는 말은 이 물건이 내게 꼭 필요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해 보이면 산다는 것이다. 디자인이 뛰어난 상품이나 환경은 구매자에게 자기합리화를 부여함으로 최적의 구매조건을 만든다.


다이칸야마의 츠타야에서 느낀 점은 바로 내가 상류사회의 주인공 트렌디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빈티지와 고급스러움을 넘나드는 엄선된 상품들과 편히 앉아서 그것들을 음미할 수 있는 모노톤의 소파와 책상들은 날 시간에 쫓기지 않게 한다. 사람들은 물건이 아니라 그곳의 분위기와 그곳의 디자인을 사러 오는 것이다. 

그 디자인 안에는 상품의 외적인 가치, 상품에 얽힌 스토리텔링, 그 상품을 위한 공간 그리고 커피와 소파와 컨시어지들이 존재한다. 이들 은서로 유기적으로 반응하며 완벽한 앙상블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곳에서……


츠타야와 같이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츠타야가 특별해서라기 보다는 앞으로는 저와 같은 기업들이 더 많이, 자주 출몰할 것이라 생각한다. 츠타야, 무인양품, 이케아, 자라, 스타벅스 등이 유사하다. 그들은 멋들어진 하나의 생활양식을 판매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도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를 세트로 파는 것에 더 많은 연구와 디자인이 개발되기를 바란다. 


*참고로 츠타야라는 명칭은 츠타야의 대표 마스다 무네아키 씨의 할아버지가 운영했던 주점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츠타야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고풍스러운 울림이 마음에 들어 그 이름을 선택했다고 한다. -지적 자본론 (츠타야 서점의 대표 마스다 무네아키의 책 "지적자본론"인용, 전자책)



츠타야 서점 사진 더 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취향을 찾아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