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여행 part3.
알마티의 첫인상이 푸르렀던 이유는 공원과 숲이 많기 때문이다. 알마티는 공원의 도시다. 걸어서 10~20분이면 공원에서 다른 공원으로 이동할 수 있고, 공원과 공원을 잇는 길가에는 커다란 가로수가 그늘과 바람을 만들어내 걸어서 여행하기 좋다. 판필로프 공원에서 출발해 아르바트 거리까지 걷다 보면 알마티 사람들의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판필로프 공원(Panfilov Park)은 구 소련 시절 독일군의 탱크에 맞서 싸우다 숨진 알마티 보병대를 기리는 공원이다. 1941년 판필로프 장군은 28명의 보병대를 이끌고 소련으로 통하는 길목을 독일군으로부터 지켜내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고, 덕분에 소련은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공원 내에는 28인의 청동 조각상과 제2차 세계대전 순국용사를 위한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다.
공원의 중심에는 모스크바 생크트 바실리 대성상을 연상케 하는 젠코브 러시아 정교회 성당(Zenkov Russian Orthodox Cathedral)이 있다. 제정 러시아 시대의 건축물 중 하나로, 1904년에 시작해 1907년에 완공했다. 건축가 젠코브(A. P. Zenkov)는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나무로만 성당을 지었다고 한다. 높이 54m에 이르는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목조 건축물로 기록돼 있. 목조 건물임에도 1911년 알마티를 강타한 규모 10의 강진에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고 살아남아 더욱 유명해졌다. 소련 시절 박물관이나 콘서트홀로 사용되다가 1995년 교회 건물로 복원됐다고 한다.
공원 동쪽 출입구 밖에는 민속악기 박물관(Museum of Folk Music Instruments)이 있다. 카자흐 족의 전통 민속 악기를 소장한 이곳은 민속음악가 이흘라스 두켄울르의 이름을 따 이흘라스 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는 60여 종류가 넘는 민속 악기 1천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악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카자흐 사람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카자흐 사람들은 음악과 악기를 사랑하 민족으로, 지금도 학교에서 전통 악기를 가르친다고 한다. 1908년 지어진 목조 건축물로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다가 1980년부터 민속악기 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
공원의 북쪽 출입구 쪽에는 알마티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인 질료니 바자르Zelyony Bazar가 있다. 오래 전부터 채소와 과일을 주로 거래해 그린 마켓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서는 각종 견과류와 치즈, 과일 주스는 물론 고려인 상인이 판매하는 음식도 맛볼 수 있다. 공원 서쪽 방향에는 알마티의 가로수길이라 불리는 아르바트Arbat 거리가 있다.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처럼 노천 레스토랑과 카페, 옷 가게 등이 모여 있는 보행자 전용 도로로, 정식 이름은 지베크졸리Zhibek Zholy 거리다.
‘녹색 언덕’이라는 의미의 콕토베는 해발 1100m 언덕으로, 서울 남산타워처럼 알마티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설산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알마티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높이 372m의 TV송신탑이 뾰족하게 솟아 있고, 카페와 음식점, 공예품 가게, 작은 동물원, 롤러코스터 등이 있다. 알마티 사람들은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을 찾고, 여행자들은 야경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Almaty, Kazakhstan, 202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