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용기에 담긴 것들

일상에서 여행으로, 오사카

by 웰다잉말그릇

네 식구가 아이들이 성큼 자란 후 떠나는 오사카 여행. 설렘과 복작임, 북적거림이 한데 섞인 공기 속에서 우리는 오롯이 함께할 4박 5일을 앞두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라는 말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나이에서의 여행이라, 출발선부터 마음이 다르다. 예전처럼 끌고 가는 일정이 아니라, 서로의 속도를 살피며 걷는 시간에 가깝기를 바랐다.


20년 전, 싱가포르에 살던 시절엔 환전도 송금도 입출국도 모두 손으로, 종이로, 줄을 서서 해내야 했다. 시간은 느렸고 절차는 번거로웠지만, 그만큼 과정이 눈에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한 큐다. 앱 몇 번 터치로 환전이 끝나고, 비지트 재팬으로 입국 신고도 마쳤다. 출국 준비는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세상은 이렇게 가벼워졌는데, 나는 여전히 이것저것을 챙긴다.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대에서 일이 벌어졌다. 홈케어를 위해 챙긴 샴푸 250ml, 헤어 에센스 145ml, 풋케어용 유리 용기에 담긴 크림. 크림은 채 20ml도 되지 않았지만, 보기 좋게 걸렸다. 규정은 규정이었다. 부랴부랴 직원용 입출구를 통해 약국으로 향했다. 100ml 용기 네 개를 구입하며 약사님이 웃으며 말했다.

“용기 챙기느라 티켓이나 여권 두고 가는 분들 많아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화장실에서 네 개의 용기에 샴푸와 에센스, 크림을 나눠 담았다. 작은 용기에 옮겨 담긴 내용물들은 본래의 크기보다 훨씬 소박해 보였다. 하지만 성질은 그대로였다. 그때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더니, 그는 웃으며 한마디 했다.

“소탐대실이네.”

웃음으로 넘겼지만, 그 말이 마음을 콕 찔렀다.


우리는 아이를 키우며 얼마나 자주 ‘겉에 드러난 것’에 걸려 넘어지는가. 태도, 말투, 표정, 성적, 반항. 눈에 보이는 것에 마음이 먼저 반응하고, 그 안에 담긴 아이의 중요한 가치와 귀한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아이들의 보물 됨은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는데, 우리는 종종 포장 상태만을 보고 판단한다. 그것이야말로 인생을 대하며 누구나 저지르기 쉬운 소탐대실이 아닐까.


오사카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나는 오늘의 이 작은 해프닝이 여행의 예고편 같다고 느꼈다. 규정에 걸려 멈춰 서고, 다시 정리하고, 본질만 남기는 과정. 아마 이 여행도 그럴 것이다. 북적거림 속에서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네 식구의 진짜 이야기를 담아 오는 시간.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오사카행을 은근히 기대해 본다. 이번 여행이 아이들에게는 “함께였던 기억”으로, 나에게는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을 다시 배우는 시간으로 남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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