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 그리고 우리의 기록

클라우드 사진첩

by 올리비아

클라우드 사진첩을 쓰는 건 단순히 ‘편리해서’였다.

휴대폰을 바꿔도 사진과 추억이 그대로 이어지고, 용량 걱정 없이 차곡차곡 쌓아둘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쓰면 쓸수록 깨닫는다.

이건 단순한 보관함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작은 역사책이자 비밀스러운 공유 공간이라는 걸.


남편과 나는 같은 계정을 쓴다. 그래서 사진첩은 ‘나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기록’이다.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사진이 나오고, 그보다 더 내려가면 뱃속에 있던 초음파 사진이 있다.

조금 더 내려가면 결혼식 사진, 그리고 연애 시절의 앳된 얼굴들이 자리한다.


그 속에는 지금은 전설처럼만 남은 남편의 날씬한 허리와 근육질 몸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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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진을 보며 웃고, 남편은 민망해하며 말한다.

“그땐 운동을 꾸준히 했으니까 그렇지. 다시 하면 또 만들 수 있어.”

물론 그 ‘다시 하면’은 몇 년째 시작되지 않고 있지만, 청춘의 증거가 남아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클라우드의 재미는 또 있다. 바로 ‘예상치 못한 공유’다.

캡처한 이미지들이 자동으로 올라오는데, 그게 가끔 서로의 일상에 불쑥 들어와 의미를 만든다.

저번에 내가 커트를 하고 싶어 마음에 드는 단발머리 사진들을 캡처해뒀는데, 그게 어느새 사진첩에 올라가 있었다.


남편이 보더니 말했다.

"영아, 커트하고 싶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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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결이 많이 상해 있어서 커트를 간절히 고민하고 있었는데, 남편의 말이 결정타가 됐다.

나는 결국 짧게 잘랐다. 남편은 연신 "예쁘다, 예쁘다" 해주지만, 정작 나는 거울 속의 낯선 모습이 어색하다.

그래도 사진첩 속 캡처가 작은 변화의 시작점이 되었다는 게 신기하다.

남편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해외 직구 사이트를 기웃거리는데, 그 흔적이 캡처로 남는다.

사진첩을 보다 보면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아, 이번엔 또 뭘 샀구나.”

저번에는 슬러시 기계를 들여놨다.

처음엔 ‘이걸 왜?’ 싶었는데,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슬러시를 나눠주며 남편이 누구보다 신나 있었다.

사진 속 그의 표정은 아이들 못지않게 들떠 있었다.



사진첩을 넘기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몇 년 전의 나와 남편이 그대로 있고, 아기였던 아이가 활짝 웃고 있다.

사진은 변하지 않지만, 아이는 자라 있고 우리는 달라져 있다. 그 간극이 묘하게 짠하면서도 따뜻하다.

가끔은 남편이 올려둔 사진들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교재 샘플, 마케팅 자료, 회의 자료까지…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사진첩에 들어와 있다.

나는 “우리 사진첩은 가족 앨범이 아니라 당신 업무 보고서네?” 하고 놀렸고,

남편은 “아니 이게 왜 업로드 됐어” 하며 웃었다.

그 장면마저 사진첩에 남겨두고 싶을 만큼 사소하지만 좋은 기억이다.



사실 사진첩을 공유한다는 건 작은 위험이기도 하다. 취향과 관심사가 고스란히 드러나니까.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일상의 공유’라는 특별한 의미를 만든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통로. 서로의 투명한 흔적이 오히려 더 가까움을 만든다.


사진첩에는 특별한 날만 있는 게 아니다. 흔한 저녁밥 사진, 흐릿한 길거리 풍경, 심지어 무심코 찍은 스크린샷에도 우리의 시간이 녹아 있다. 나는 그런 게 좋다. 완벽하게 포즈 잡고 찍은 사진보다, 무심히 남겨진 기록들이 진짜 우리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니까.


아이와 함께 사진첩을 보다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아이가 묻는다.

“엄마, 이 때는 언제야?”

“이건 하나님이 한성이를 엄마에게 보내주시기 전 이야.”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그 순간 깨닫는다. 우리의 추억이 아이에게는 새로운 발견이 된다는 사실을.



앞으로도 우리의 클라우드 사진첩은 계속 채워질 것이다.

남편은 또 알리에서 뭔가를 발견해서 캡처해 두고, 나는 마음에 드는 패션 소품 사진을 저장하겠지.

아이는 자라고, 우리는 변해간다. 하지만 모든 변화는 사진첩 안에서 연결되고 이어질 것이다.



클라우드 사진첩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을 뛰어넘어 추억이 그대로 남는다는 것.

그리고 그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사진첩은 단순한 저장 공간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또 다른 집이다.

오늘도 나는 사진첩을 넘긴다.

남편이 요리한 음식과 내가 찍은 사진 있고, 그 사이로 아이의 웃음이 섞여 있다.

휴대폰 화면을 스르륵 내리며 나는 생각한다.



“그래, 이게 우리 가족의 삶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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