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의 무게

내 사랑 감자2

by 올리비아

내 남편은 원장이자 교육 프랜차이즈 회사의 본부장이다. 말이 멋있지, 사실상 늘 바쁘고 늘 고민이 많은 직업이다. 신규 가맹 상담도 해야 하고, 기존 원장님들과 매월 회의를 진행하며 마케팅 전략이나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해 토론한다. 그런 자리에 가면, 꼭 빠지지 않는 게 있다. ‘책임감의 무게’다. 남편은 언제나 그것을 짊어지고 산다.

얼마 전 주말에도 의정부쪽 학원 설명회가 있다고 해서 따라나섰다. 설명회 일주일 전부터 남편은 PPT와 매뉴얼을 직접 만들며 준비했다. 내가 보기엔 거기 원장님과 선생님들이 나눠 맡아도 충분히 되는 일이었지만, 그는 끝내 스스로 모든 것을 챙겼다. 무대에 서는 사람이 자신이든 다른 사람이든, 그 모든 것이 완벽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 바로 내 남편이다.

행사가 끝나고, 함께 준비했던 원장님이 고마움을 전하며 여행 상품권을 건넸다. 베트남 다낭 3박 여행권이었다. 그 순간, 내 마음이 두근거렸다. "와, 다낭이라니! 나 한 번도 못 가본 곳인데!" 남편도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 뒤에 스치듯 지나간 생각을 나는 눈치챘다.

‘또 나랑 한성이만 가라는거 아냐?’

그 웃음 속에는 은근한 복잡함이 비친다. 나는 너무 잘 안다. 그는 속으로 계산 중이다. ‘그 달 언제 회의가 있던가? 학원 일정은 어떻지? 내가 자리를 비워도 괜찮을까?’ 여행 상품권을 받아놓고도,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먼저 떠올리는 게 내 남편이다.

1756585938204.jpg 내 사랑 감자

남편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누구에게 일을 맡겨두고 훌훌 떠나는 스타일이 되지 못한다. 본인도 그것을 단점이라 말한다. "리더는 동료를 믿어야 하는데, 나는 아직 잘 안 된다"며, 스스로를 탓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건 단점이라기보다, 남편이 가진 성실함이 빚어낸 성격이라는 걸. 다만, 그 무게를 조금만 내려놓았으면 하는 바람이 내 마음에 늘 자리한다.

그래도 최근 들어서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작년에 학원을 하나 더 개원하면서 기존 학원 운영을 내게 맡겼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결국 믿고 나에게 그 책임을 넘겨준 것이다.

"나는 누구에게 맡기질 못하는 게 문제야. 다 내가 직접 해야 마음이 편하거든." 이 말을 들으면 나는 장난스럽게 되받는다.

"근데 나한테 맡기는 건 괜찮아?"

그러면 남편은 대답 대신 씩 웃는다. 그 웃음이 사실상 ‘믿는다’라는 고백이라는 걸 나는 안다.

며칠 전에는 어디서 사이판 이야기를 들었는지, 밤에 식탁에 앉아 예약 사이트를 열어두고 있었다.

"영아, 사이판 좋대. 바다 색깔이 장난 아니라던데?" 하지만 나는 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검색은 할 수 있지. 하지만 예약까지는 못 가지….’

남편이 책임감을 내려놓고 일주일 동안 자리를 비우는 모습이 아직은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꿈꾼다. 남편과 함께 연휴에 날씨 좋은 곳에서 일주일을 보내는 것을. 바닷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고, 뚜껑 열리는 차를 빌려 우리 가족이 해안 도로를 달려가는 것. 햇볕에 얼굴이 조금 타도 좋고, 수영장에서 나란히 누워 있어도 좋다. 남편이 태블릿을 꺼내지 않고, 다른 원장들과 통화하지 않고, 오롯이 ‘우리만의 시간’을 갖는 것.

사실 여행이란 건 목적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누구와 가느냐가 가장 크다. 가족과의 여행이라면, 꼭 다낭이 아니어도, 사이판이 아니어도 좋다. 그냥 가까운 제주도여도 괜찮다. 한번씩 이런 황금 연휴에 남편이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내 옆에서 씨익 웃어주는 순간, 그게 내가 바라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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