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의 풍경

by 올리비아

예전의 주말을 떠올리면, 머릿속에 한 장의 사진이 떠오른다.

햇살이 조금 따가운 토요일 오후, 남편과 아이가 나란히 서서 마트를 향해 걸어가던 뒷모습이다. 아이는 손에 작고 반짝이는 동전을 쥐고 있었고, 남편은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그 뒤를 따라가던 나는, 그 평범한 장면이 그렇게 오래 남을 줄 몰랐다.


그땐 주말이면 늘 비슷한 일상이 반복됐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새로 나온 간식 코너에서 아이가 이것저것 고르고, 계산대에서 남편이 “이건 너무 많이 샀다”며 웃는 일. 그런 사소한 대화들이 쌓여 우리의 주말을 채웠다.

가끔은 장을 다 보고 나와 근처 식당에 들렀다. 아이가 좋아하던 돈가스를 시키고, 나와 남편은 치즈가 잔뜩 들어간 파스타를, 그리고 튀김요리도 하나 곁들였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면, 늘 “오늘도 잘 보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세상을 멈춰 세운 이후, 우리 가족의 주말은 어느새 조용히 바뀌었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해야 한다는 경계심, 혹시라도 감염될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마트는 가지 않게 됐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이내 온라인 주문이 익숙해졌다.


그 중심에는 ‘쿠팡’이 있었다.

밤늦게 누워 스마트폰을 들고 필요한 물건을 클릭하면, 다음날 아침 현관 앞에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 빠른 속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신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편한 세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점점 쿠팡은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식재료는 물론이고, 옷, 신발, 생활용품까지 모든 게 클릭 몇 번으로 해결됐다.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바로 반품하고, 다른 사이즈로 교환하는 일도 손쉬웠다. 매장에 가서 일일이 찾아보고 줄을 설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편리함이 늘어날수록 묘한 허전함이 따라왔다.


예전엔 가족이 함께 고르던 물건들이 이제는 ‘혼자 결정하는’ 리스트가 되었다. 아이가 “이건 어때?” 하고 물으면 화면 속 이미지를 보며 대답하는 게 전부였다. 직접 손에 쥐고, 만지고, 고르던 과정이 사라졌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편리함 뒤에 우리가 잃은 건 뭐지?’


그때부터 사진첩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다.

예전 사진에는 늘 함께 웃는 얼굴이 있었다.

마트 앞 카트에 매달려 장난치던 아이, 카페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던 남편, 그 옆에서 피곤하지만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나.


그런데 최근 사진들은 달랐다.

남편이 혼자 찍은 풍경 사진, 아이가 혼자 셀카를 찍은 사진, 그리고 내가 홀로 기록한 음식 사진들. 분명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데, 사진 속의 우리는 따로 놀고 있었다.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세상의 문을 열어주었지만, 동시에 서로의 눈을 가리게도 한 것 같다.

저녁 식탁 위에는 늘 휴대폰이 놓여 있고, 대화는 메시지나 짧은 문장으로 줄어들었다. 남편은 웹소설을 보고, 아이는 유튜브를 보고, 나는 장바구니를 채운다. 그렇게 각자의 화면 속으로 들어가면, 시간은 조용히 흘러가고, 서로의 얼굴은 흐릿해진다.


물론 쿠팡의 편리함은 부정할 수 없다.

급히 필요한 생필품이 있을 때, 클릭 한 번으로 해결되는 그 효율성은 바쁜 현대인에게 축복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가끔은 ‘불편했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장보는 날엔 아이가 짜증을 부리기도 하고, 남편과 의견이 맞지 않아 투닥거리기도 했지만, 그 속에는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온기가 있었다. 지금은 그 온기가 스마트폰 화면의 푸른빛으로 대체된 것 같다.


얼마 전, 아이가 학교 과제로 가족사진을 찾다가 내게 물었다.

“엄마, 우리 셋이 같이 찍은 사진이 최근에는 왜 없어요?”

그 말에 잠시 말을 잃었다.

정말, 없었다. 최근 몇 년간의 사진 중에서 셋이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을 찾기 어려웠다. 그 사실이 마음 한구석을 쿡 찔렀다.

그날 밤, 오랜만에 남편에게 제안했다.

“우리 이번 주말엔 캠핑 갈까? 아무 데나 좋아. 그냥 사람 적은 데로.”

남편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그래, 그거 괜찮네”라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도 덩달아 신나서 캠핑 장비를 검색했다. 오랜만에 우리 셋이 한 가지 주제로 이야기하고 웃었다.


그날 이후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가끔은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함께하는 시간을 되찾고 싶다고.

스마트폰을 잠시 꺼두고, 쿠팡 앱을 닫고, 가족의 얼굴을 마주하는 그 단순한 시간이야말로 진짜 ‘풍요로움’이 아닐까 싶었다.


요즘은 다시 사진을 찍는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남편과 마주 앉은 순간, 아이가 웃으며 뛰어오는 순간.

그 모든 장면을 예전처럼 다시 담고 있다. 물론 예전만큼 자주 나가진 못하지만, 그건 괜찮다. 중요한 건 ‘함께 있는 시간’ 그 자체니까.


편리함은 분명 우리의 삶을 바꿨다.

하지만 때로는, 그 편리함이 우리를 조금 더 외롭게 만든다.

그래서 오늘도 생각한다.

다음 주말엔 꼭 가족과 함께 어딘가로 나가야지.

스마트폰은 가방에 넣어두고, 오랜만에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며 웃고 싶다.

그렇게 잊고 지냈던 ‘우리의 시간’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