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한입만이 그렇게 어려운 걸까.

아직 나는 아이에게 세상의 중심이다

by 올리비아

아이의 손에 들린 그 조그만 컵 하나가, 그 속의 달콤한 한입이, 왜 그렇게 멀게 느껴지는 걸까.


내가 어렸을 때는, 뭐 하나 입에 넣기 전에 늘 엄마부터 챙겼다.

따뜻한 밥 한 숟갈, 새로 산 과자 한 봉지, 길거리에서 산 호떡 한입도 꼭 “엄마, 먼저 먹어봐” 하고 내밀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큰 존재였다. 세상이 아무리 넓어도, 내 눈에는 엄마가 전부였으니까.


그런데 내 아들은 다르다.

자기가 좋아하는 건 절대로 주지 않는다.

젤리 하나, 아이스크림 한입조차 아까운 듯 숨긴다.


처음엔 그저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나중엔 문득 섭섭함이 스며든다.

나는 이 아이에게 가진 것을 다 주고 싶은데, 이 아이는 왜 나를 향해 닫혀 있을까.


먹성이 좋거나 식탐이 많아서라면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매번 씻길 때마다 보이는 비쩍 마른 갈비뼈와 쏙 들어간 배를 보면, 얘는 먹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소한 한입을 내게 나누어주지 않는다.

그건 단순히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을 나누는 방식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아이에게 세상의 모든 것을 주고 싶었다.

잠이 부족해도 아침을 준비하고, 옷이 젖을까 비 오는 날엔 우산을 챙겨 학교 앞에서 기다린다.

그 모든 게 사랑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묻게 된다.

나는 이렇게 너를 사랑하는데,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낮에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급식 먹다가 물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더 먹으려고 가던 중, 다른 아이가 뛰어와 부딪혀 옷이 젖었다는 거다.

목소리 끝이 약간 떨려 있었다.


“엄마, 나 옷이 젖었어.”

"엄마가 옷 가지고 갈게!"

"그런데 괜찮아 조금 젖었어."


순간 다친 건 아닌지 걱정되면서도, 그 와중에 ‘엄마’를 제일 먼저 찾는 아이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이상하게도 가슴이 따듯해졌다.

그래, 아직은 아이구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

엄마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건 여전히 같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이에게는 그 한입의 아이스크림이 세상의 전부일 수도 있다.

그 조그만 세상 속에서, 아이는 자기의 세계를 지키느라 바쁜 거다.


나는 이제 조금씩 알 것 같다.

사랑이란 주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때로는 아이가 주지 않으려는 그 완강한 마음조차도, 그 자체로 성장의 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그가 누군가에게 아이스크림 한입을 내어주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그는 비로소 이해하겠지. 사랑은 사소한 나눔 속에서 자란다는 것을.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반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 하나가 남아 있다.

아이가 깜빡 잊고 두고 간 것이다.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한입 떠먹으며 문득 웃음이 난다.

그 한입의 달콤함 속에, 어쩐지 아이의 온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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