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아시는 하나님, 나를 이끄시는 손길

말씀 위에 서게 하소서

by 올리비아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하나님은 내게 때를 주신 것 같다.’


삶은 언제나 분주했다. 늘 뭔가를 해야 했고, 성취해야 했다. 신앙도 마찬가지였다. 말씀을 열심히 읽고, 외우고, 봉사하고, 예배에 빠지지 않으면 괜찮은 그리스도인이라 믿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 모든 열심히 공허하게 느껴졌다. 마음 한쪽에서 ‘이게 전부일까?’라는 질문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하나님께서 내 삶에 ‘멈춤’을 허락하신 건.


바쁘던 일상이 한순간에 멈춰 섰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상처가 이어졌다. 내가 믿어왔던 모든 확신들이 하나씩 흔들렸다. 그때는 그저 버티기 힘든 시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하나님께서 나를 더 깊이 부르시기 위한 ‘때’였다는 걸 알게 된다.


예전엔 기도도 내 방식대로 했다. 하나님께 묻기보단, 내가 이미 정한 길을 축복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낙심했다. 하나님께 실망하고, 스스로에게도 실망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하나님은 조용히 나를 빚고 계셨다. 내가 왜 기도해야 하는지, 왜 말씀을 붙잡아야 하는지를 조금씩 깨닫게 하셨다.


어느 날, 묵상 노트를 펴놓고 이렇게 적었다.

“무슨 일이든 내 결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먼저 구하겠습니다.”

그 한 문장을 쓰면서 한참을 울었다.

그동안 나는 너무 쉽게 ‘하나님을 안다’고 말했지만, 정작 하나님의 뜻을 진지하게 구해본 적은 많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사람을 좋아했다. 누군가를 도우며 함께하는 일을 좋아했다. 그래서 교회 봉사도 적극적으로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중 일부는 하나님께 순종하기보다 ‘사람이 좋아서’ 시작한 일들이었다.

그럴 땐 마음이 상하면 쉽게 그만두고 싶었다.

사람이 싫어지면, 일도 함께 무너졌다.


그런 내 모습을 마주했을 때, 마음 한가운데서 이런 고백이 흘러나왔다.

“하나님, 제 마음이 너무 옹졸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그날 이후, 나는 무엇이든 쉽게 결정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작은 봉사 하나라도 먼저 묻는다.

‘하나님, 지금이 그때인가요?’

그 물음 하나가 내 삶의 리듬을 바꾸었다.


기도와 말씀, 그리고 기다림.

이 세 가지가 내 일상의 중심이 되었다.


예전엔 결과가 빨리 보이지 않으면 불안했는데, 지금은 느려도 괜찮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분의 때는 언제나 완전하다.

때로는 늦어 보이지만, 돌이켜보면 한 치의 오차도 없다.


나는 아직도 부족하다. 여전히 감정에 흔들리고,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말씀을 펼친다.

그리고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은 하나님이 일하실 때인가, 아니면 내가 잠잠해야 할 때인가.”


이제는 안다. 하나님이 주시는 ‘때’는 단순히 좋은 기회나 성공의 순간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때로는 아픔 속에서, 기다림 속에서, 침묵 속에서 하나님은 가장 깊이 일하신다.


최근에 읽은 말씀 한 구절이 마음에 남았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전도서 3:1)


이 말씀처럼, 내 삶에도 수많은 ‘때’가 있었다.

눈물의 때가 있었고, 감사의 때가 있었으며, 깨달음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하나님이 나를 다시 세우시는 ‘배움의 때’에 서 있다.


어쩌면 신앙이란, 그 모든 때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용기인지도 모르겠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를 신뢰하며, 내 욕심과 감정을 조금씩 내려놓는 것.

그게 진짜 순종의 시작 아닐까.


나는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다.

작은 일 하나에도, 사람 관계 하나에도, ‘때’를 구하려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으려 한다.


요즘 내 기도의 끝은 언제나 같다.

“하나님, 제가 말씀의 검으로 무장한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소서.

제 감정이 아닌, 말씀 위에 서게 하소서.

제가 정하는 길이 아닌, 주님이 정하신 때를 따라가게 하소서.”


기도를 마치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비록 상황은 그대로여도, 하나님이 나를 이끌고 계심을 느낀다.


그분은 언제나 나보다 앞서 계셨다.

내가 헤매는 그 길 위에도, 이미 발자국을 남기셨다.


이제 나는 안다.

삶의 모든 순간, 하나님은 나를 향해 일하고 계셨다는 것을.

그분의 때에, 그분의 뜻대로, 나는 조금씩 자라 가고 있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묵상한다.

‘하나님은 나에게 때를 주셨다.’

그리고 그때마다, 하나님은 나를 놓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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