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교실은 사랑입니다

동산지앤비 학원의 어머님 영어교실

by 올리비아

목요일의 공기는 다르다.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은 이른 아침, 남편은 늘 그렇듯 조용히 일어난다. 부엌 한쪽에서 커피를 내리며, 노트북이 든 가방을 다시 확인한다.

그리고 학원으로 향한다. 문을 여는 소리, 청소기를 미는 소리, 창문을 여는 바람 소리까지 — 그 모든 소리가 남편의 일상에서 ‘목요일’이라는 장면을 완성한다.


그가 운영하는 학원에는 매주 목요일 오전, ‘어머님 영어교실’이라는 특별한 수업이 열린다. 처음엔 단순했다. 새로 문을 연 학원을 알리고, 지역 어머님들과의 관계를 쌓기 위한 홍보용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느새 그 수업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남편의 삶 한가운데 자리 잡은 소중한 루틴이 되었다.


수업에 참여하는 분들은 대부분 남편의 어머니 세대이거나 그보다 연세가 더 많으신 분들이다. 손자 이야기를 하며 웃고, 글씨를 또박또박 써 내려가는 그분들의 모습은 참 따뜻하다. 남편은 그분들과 함께 파닉스를 배우고, 천천히 발음을 맞춰보며, 종종 단어 하나를 놓고 다 같이 웃음꽃을 피운다.


“선생님, 이 발음이 맞나요?”

“어제 밤에 연습했는데도 혀가 자꾸 꼬여요.”


그럴 때 남편은 꼭 한 박자 쉬고 웃는다. 그리고 마치 아이를 대하듯 다정하게 다시 가르친다.


“괜찮아요, 아주 좋아요. 조금만 더 연습하면 완벽해요.”


그 수업에는 경쟁도 없고, 평가도 없다. 대신 웃음과 진심이 있다. 그 어머님들은 ‘배우는 기쁨’을 알고 계신 분들이다. 그 나이에 영어를 배우는 이유를 물으면 대답은 늘 비슷하다.


“손주가 영어로 말할 때 한마디라도 알아듣고 싶어요.”

“젊었을 땐 공부할 여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조금 나서요.”

“그냥... 배운다는 게 좋아요.”


남편은 그런 대답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뭉클해진다고 한다.


“그분들은 진심이야. 점수를 위해 배우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배우시잖아.”


그가 이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정성스럽다. 매주 교재를 직접 만든다. 글자 크기, 문장 예문, 발음 표기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다. 어머님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예문이 너무 어렵다고 느껴지면, 한밤중에도 다시 프린트를 고쳐 인쇄한다.

나는 그런 남편을 볼 때마다 묻곤 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해? 수강료도 안 받는데.”


그럴 때면 남편은 늘 부드럽게 웃었다.


“이건 봉사라기보다… 그냥 내가 행복해서 하는 일이야.”


그의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 있었다.

수업이 있는 날은 새벽부터 학원을 반짝반짝 닦는다. 칠판을 지우고, 교탁을 정리하며, 창문을 열어 햇살을 들인다.

수업이 끝난 뒤엔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조용히 책상에 앉는다. 아이들이 등원하기 전까지 잠깐의 고요를 즐긴다. 그 시간 동안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사업 구상도 하며, 때로는 다른 원장님들과 상담도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어머님 교실이 있어서 내가 더 부지런해졌어.

그 수업이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것 같아.”


그 말 속에는 남편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에게 ‘어머님 교실’은 단순한 가르침의 공간이 아니라 삶의 원동력이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남편이 수업 준비를 하는 모습을 몰래 바라보았다.

그는 식탁 앞에서 혼잣말로 발음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의 입모양은 진지했다. 그러다 문득 멈추고, 윗니로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웃는다.

“나훈아 발음 [f]”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따듯하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열정. 그가 느끼는 ‘가르침의 기쁨’은 사실 누군가를 성장시키는 기쁨이 아니라, 함께 배우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기쁨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어머님들과 남편 사이에는 자연스러운 우정이 생겼다. 수업이 끝나면 따뜻한 차를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병원 이야기도, 손주 자랑도, 가끔은 젊은 시절의 연애담도 등장한다. 남편은 그때마다 웃으며 듣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세대가 다르지만 마음은 통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난 뒤, 한 어머님이 조심스럽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선생님, 아들이랑 맛있는 거 드세요.”


남편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하지만 그분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건 감사의 마음이에요. 덕분에 제 하루가 달라졌거든요.”


그날 밤, 남편은 집에 돌아와 그 봉투를 내게 보여줬다. 안에는 따뜻한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선생님 덕분에 매주 목요일이 기다려집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배우면서 제 마음도 새로워집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 이제야 진짜 알겠어요.”


남편은 그 편지를 오래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게 내가 이 수업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야.”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 수업은 단순히 영어를 배우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일으키는 자리였다.


요즘 세상은 빠르다. 사람들은 효율과 결과를 좇으며 하루를 채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자주 놓친다. ‘배움의 기쁨’, ‘사람의 따뜻함’, 그리고 ‘함께 웃는 순간’ 같은 것들. 남편의 어머님 교실에는 그 모든 것이 있었다. 느리지만 진실된 시간, 계산보다 마음이 앞서는 관계.


나는 가끔 상상한다.

수십 년이 지나, 남편이 회상하며 이렇게 말하는 모습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매주 목요일 오전이었어.

그때의 웃음, 그때의 눈빛, 그게 아직도 내 안에 살아 있어.”


그럴 것이다. 그 수업은 단지 한 계절의 추억이 아니라, 그의 삶 전체를 빛나게 한 작은 등불이었으니까.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들은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피어난다.

남편에게 그곳은 바로 ‘어머님 교실’이었다.

그곳에서는 나이도, 직업도, 세대도 중요하지 않다.

누구나 학생이고, 동시에 선생님이다.

하나의 단어를 함께 발음하며 웃고, 노래를 부르고, 서로 격려한다. 그 단순한 교감 속에 인간의 진심이 숨어 있다.


남편은 여전히 그 수업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난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그가 그렇게 이른 시간부터 움직이는 이유는 책임감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어머님 교실은 단순한 배움의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세대가 이어지고, 마음이 교차하며,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공간이다.

남편은 그곳에서 ‘배움의 기쁨’을 가르치지만, 정작 그는 그분들에게서 ‘삶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있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조용히 중얼거린다.


"어머님 교실은 사랑입니다."


그 안에는 배움의 순수함이 있고, 사람 사이의 따뜻한 온기가 있고,

무엇보다도 ‘함께 살아가는 기쁨’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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