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완소 아이템

가열식 가습기가 만들어주는 우리 집의 계절 풍경

by 올리비아

사람마다 좋아하는 온도와 공기가 다르다.


나는 겨울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바닥은 따뜻하고 공기는 차갑게 흐르는, 그 묘한 조합이 주는 안정감이 좋다.

그래서 집에서도 보일러를 세게 틀지 않는다.

필요할 때만 조금씩 데우는 정도.


대신 우리 집 겨울풍경을 책임지는 필수품 하나가 있는데, 바로 가열식 가습기다.


남편은 나와 정반대다.

겨울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건조함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


그래서 침실에는 항상 가열식 가습기가 켜져 있다.

건조한 공기를 싫어하는 남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이 가열식 가습기는 단순히 습도만 올려주는 게 아니다.

따뜻한 수증기가 방 안을 천천히 채워주며 은근하게 공기를 데워준다.

안방 문을 열면 느껴지는 그 포근함은 마치 작은 온실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아이와 남편이 자는 방은 늘 이렇게 따뜻하고 촉촉하다.

아이가 밤에 뒤척이며 나를 찾을 때 방에 들어가면, 얼굴로 따뜻한 기운이 훅 하고 밀려온다.

그 순간마다 ‘아, 이게 바로 겨울 가습기의 매력이구나’ 하고 실감한다.


겨울철 가열식 가습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건조한 겨울 공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수면 환경까지 개선해주니까.


그런데 나는 이렇게 포근한 온기가 가끔은 조금 답답하다.

나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 몸을 따뜻하게 데우는 느낌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만 되면 자연스럽게 거실에서 혼자 잠드는 생활이 시작된다.


따뜻한 전기장판을 넓게 켜두고 그 위에 이불을 펼쳐 놓는다.

바닥은 따뜻하지만, 주변 공기는 차갑다.

몸은 녹아내리는데 얼굴은 시원한 공기를 맞는, 그 균형이 나한테는 아주 잘 맞는다.



잠들기 직전 나만의 루틴도 있다.


노트북으로 영화 한 편 플레이하고, 옆에서는 휴대폰으로 숏츠를 넘겨본다.

가끔은 영화보다 숏츠를 보다가 먼저 잠들 때도 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조용한 겨울밤의 공기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건 작은 사치이자, 꽤 확실한 힐링이다.


아이와 남편은 안방에서 따뜻하게, 나는 거실에서 차갑게.

평소에는 서로 떨어져 자는 일이 거의 없지만, 겨울만 되면 이렇게 각자의 공간에서 잠든다.

이 계절에만 허락되는 묘한 거리감이다.


그렇다고 마음이 멀어지는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며 겨울을 보내는 우리 가족만의 방식처럼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우리 집 겨울 풍경의 중심에는 언제나 가열식 가습기가 있었다.

남편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아이의 목이 마르지 않게 해주며,

안방에 포근한 공기를 만들어 주는 존재.


동시에 나에게는 따뜻한 방과 차가운 거실의 경계를 만들어줘,

내가 좋아하는 공기 속에서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겨울은 누군가에게는 건조하고 차가운 계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따뜻함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온도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이지만, 결국 한 집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겨울을 즐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조용히 따뜻함을 뿜어주는 가열식 가습기가 있다.

올해 겨울도 그 온기와 차가움의 조화 속에서 천천히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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