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행복해지는 법

by 올리비아

지난 주말, 집안이 유난히 조용했다.

토요일 아침, 남편과 아들이 캠핑을 떠났기 때문이다.



아들은 지난주부터 남편에게 “민머루 해수욕장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평소에도 계절마다 한 번씩 둘만의 캠핑을 다녀오곤 했지만,

겨울 바닷가는 처음이라 솔직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어쩌나, 밤에 춥진 않을까.


하지만 남편은 늘 그렇듯 담담했다.

난로 챙겼고, 두꺼운 침낭도 챙겼고, 혹시 모르니 예비 배터리까지 넣었다며


“걱정하지 마. 괜찮아.”


그 한마디에 어쩐지 나만 괜히 엄살을 피운 사람처럼 되곤 한다.




사실 나는 예전부터 남편에게 묻곤 했다.


"오빠는 도대체 뭐가 좋다고 캠핑을 다니는 거야?"


그러면 남편은 늘 같은 대답을 했다.



“한성이가 좋아하니까.

그리고… 나도 어렸을 때 우리 아버지랑 갔던 캠핑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그때가 그렇게 좋았거든.”




시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할 때면 남편의 표정은 언제나 살짝 부드러워진다.

그 모습을 보면, 내가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런데 사실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캠핑장도 아닌 바닷가 백사장. 전기도 없고, 편의시설도 별로 없는 그곳에서

남편과 아이는 도대체 뭘 하면서 그렇게 재미있다는 걸까.



아들에게 슬쩍 물어본 적이 있다.


“재밌어? 뭐가 그렇게 좋아?”



아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아빠랑 라면 먹는 게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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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단순한 답에 왠지 웃음이 나왔다.

비싼 장비도, 거창한 계획도 필요 없다.

그저 아빠라는 존재와 바깥 공기, 그리고 뜨거운 라면 한 그릇이면 충분한 아이.


내게는 고생처럼 느껴지는 그 시간들이

아이에게는 그 자체로 특별한 모양이다.


일요일 오후, 남편과 아들이 돌아왔다.


둘에게서 바닷바람 냄새와 모랫가루가 잔뜩 뒤섞여 있었다.

남편은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입가에 미세하게 웃음이 번져 있었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들이 내게 말해줬다.


“엄마, 아빠랑 잘 때 꿈 얘기했어.”


남편은 그 순간을 다시 이야기해줬다.

텐트 안, 둘이 누워 천장을 보던 중 아들이 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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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꿈이 뭐야?”


남편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고 했다.


“한성이랑, 엄마랑, 아빠. 우리 셋이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거.”


그러자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 행복하잖아. 아빠는 꿈 이뤘네.”


그 말을 듣는 순간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진짜… 피곤한 게 싹 사라지더라.”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생각했다.

행복이라는 건 거대한 성공도 아니고, 특별한 이벤트도 아니고,

어쩌면 누군가의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로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러고 보니 나도 그런 순간들이 있다.

아이가 현관에서 달려와 안기는 순간,

남편이 아무렇지 않게 “오늘도 고생했어”라고 말해주는 저녁,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놓고 조용히 쉬는 10분.


크지 않은 것들이 모여

오늘을, 그리고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든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아주 크게 행복하지 않아도,

매일 조금씩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워가면서.


오늘도

어제보다 조금만 더 행복하게.


지금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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