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감자
나는 감자를 좋아한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감자를 정말 사랑한다. 감자볶음, 삶은 감자, 감자국, 감자전...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감자는 늘 소박한 재료지만,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단순히 소금만 살짝 찍어 먹어도 담백하고, 버터를 올려 먹으면 풍미가 깊어진다. 그래서 감자는 언제나 질리지 않고, 늘 새로운 맛으로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자 요리는 남편이 만들어주는 감자튀김이다. 흔히 접하는 패스트푸드점의 감자튀김과는 결이 다르다. 남편표 감자튀김은 언제나 특별하다. 웨지감자 스타일로 도톰하게 잘라낸 뒤, 소금과 후추, 그리고 약간의 조미료로 간을 한다. 그다음 전분가루를 살짝 묻히고 기름에 튀겨내는데, 그 과정에서 감자의 매력이 극대화된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부드럽고 촉촉하다. 씹을수록 고소함 속에 은근한 담백함과 감칠맛이 입안을 채운다.
사실 나는 요리에 서툰 편이라 이런 감자튀김을 스스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남편은 달랐다. 내가 감자를 좋아하는 걸 아는 그는 어느 날 불쑥, 감자튀김을 직접 해주겠다고 나섰다. 처음에는 ‘괜찮아, 그냥 사 먹지 뭐’ 하고 말렸지만, 그는 굳이 해보고 싶다며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감자튀김은 우리 집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남편표 감자튀김의 매력은 단순히 맛에만 있지 않다. 기름에 튀기는 동안 부엌 가득 퍼지는 고소한 향기, 기름에서 막 건져 올린 노릇노릇한 감자가 접시에 담길 때의 설렘, 그리고 첫 입을 베어 물었을 때 퍼지는 뜨거운 바삭함까지. 달그락 소리를 내며 진행되는 그 순간 순간마다 나는 ‘아,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기분이 든다.
더군다나 남편은 감자튀김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언제나 ‘무엇을 곁들이면 더 맛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러다 탄생한 것이 바로 콘치즈다. 통조림 옥수수에 마요네즈를 살짝 섞고, 치즈를 듬뿍 올려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피어오른다. 치즈가 노릇하게 녹아내린 콘치즈는 감자튀김과 놀라울 만큼 잘 어울린다. 짭조름한 감자튀김을 먹다가 달콤하고 부드러운 콘치즈 한 숟가락을 떠먹으면, 입안에서 맛의 균형이 절묘하게 맞춰진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요리가 취미인 남편을 둔 건 참 큰 복이라고. 사실 요리에 관심 없는 남편들도 많다. 하지만 내 남편은 내가 무심코 “이거 먹고 싶다”라고 말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꼭 기억해 두었다가, 기회가 되면 직접 만들어내곤 한다. 감자튀김과 콘치즈뿐만 아니라, 파스타, 스테이크, 심지어 디저트까지 시도해 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마음이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해주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음식에 고스란히 담긴다.
어쩌면 감자튀김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다. 나에게는 남편의 ‘사랑의 증거’이자 ‘관계의 언어’ 같은 것이다. 감자는 언제나 소박하고 평범하다. 하지만 그 소박한 감자를 특별한 요리로 만들어내는 건 남편의 손길이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느낀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쌓여 일상을 더 맛있게, 더 따뜻하게 만든다.
돌아보면 우리의 결혼 생활에도 많은 순간들이 있었다. 때로는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했고, 바쁘다는 이유로 대화가 줄어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주방에서 남편이 만들어주는 한 접시의 감자튀김은 그런 틈새를 메워준다. “나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튀김 하나하나에 담겨 있다.
어느 주말 저녁, 감자튀김을 먹으며 우리는 오래된 친구처럼 웃고 떠들었다. 아이도 옆에서 감자를 집어먹으며 즐거워했고, 남편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알고 있다. 행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걸. 굳이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큰 선물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따뜻한 식탁에 둘러앉아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행복이라는 사실을.
앞으로도 나는 감자를 좋아할 것이다. 아마 나이가 들어도 감자볶음을 맛있게 먹고, 삶은 감자를 즐기며, 여전히 남편표 감자튀김을 기다릴 것이다. 언젠가 아이가 커서 집을 떠나도, 둘만의 식탁 위에 노릇노릇한 감자튀김이 올라오면 우리는 여전히 웃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고백한다.
“나는 감자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 감자로 행복을 만들어내는 감자처럼 생긴 남편을 더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