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떨어지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부끄러웠다. 500번이 넘는 불합격 메일을 받으며 무너졌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독기가 생겼다. 나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저 이력서를 고치고, 문장을 다듬고, 포트폴리오의 순서를 바꾸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하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떨어졌다.
변화는 내가 지원자의 입장에서 면접관의 입장이 되었을 때 부터다. 그제야 보였다. 내 이력서가 왜 안 되었는지, 왜 내 말은 전달되지 않았는지, 왜 나는 기억에 남지 않았는지를 깨달았다. 나는 내 시선으로만 내 글을 보고 있었고, 그것이 가장 큰 맹점이었다. 읽는 사람의 언어로 쓰지 않았고, 보이게 쓰지 않았으며, 강점을 강점답게 드러내지 못했다. 나는 진심으로 쓰고 있다고 믿었지만, 그 진심은 전달되지 않았다. 이래서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그 이후로 나는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 생각의 뼈대를 바꾸고, 문장의 구조를 바꾸고, 전달의 방식을 바꿨다. 그리고 그 변화는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합격에 가까워졌고, 면접은 선명해졌으며, 나는 더 이상 떨어지는 것에 상처받지 않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3,000개가 넘는 이력서를 검토했고,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멘토링하며 이 기술을 증명했다. 전달은 연습할 수 있고, 설계할 수 있으며,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확인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아마도 지금 막막할 것이다. 떨어지는 게 익숙해졌고, 불합격 메일을 받는 것이 일상이 되었으며,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할 것이다. 보통 내 실력이 부족해서, 특히 나같은 개발자라면 기술 역량이 부족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더 기술에 대해 학습 계획을 짜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력이 없어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실력은 충분하다. 문제는 그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전달되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고, 설득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한다. 당신이 가진 경험도, 당신이 쌓은 기술도, 당신이 겪은 고민도 상대가 알아듣게 설명되지 않으면 그냥 사라진다.
정말 실력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모든 높은 기술력과 실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실력은 면접관 또는 회사마다 주관적인 잣대가 있다. 오히려 실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지만 지원자의 태도나 가치관때문에 부족한 실력에도 합격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나는 당신이 나처럼 수백 번의 불합격으로 자존감을 무너뜨리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이 아팠고, 너무 오래 헤맸다. 첫 이직때는 그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무려 10Kg 이상 증량하였다. 거듭되는 불합격으로 자신감이 하락했는데 이제는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하락해 더 힘들어져만 갔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완전히 헛되지는 않았다. 그 실패의 반복 속에서 나는 배웠고, 깨달았으며, 결국 방향을 전환할 수 있었다. 다만 그 대가가 너무 컸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만약 내가 주니어 시절에 이것을 미리 알았다면, 훨씬 덜 아프게 이직을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직 그 때 늘었던 10Kg는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건 문제다.
당신은 아마도 충분히 실력이 있다. 다만 그것을 보이게 만드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강점이 있어도 그것을 어필하지 못했고, 경험이 있어도 그것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했으며, 고민이 있어도 그것을 흐름 있게 풀어내지 못했다. 이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아무도 이것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아무도 이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열심히 하면 된다고, 실력만 있으면 된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전달하는 법을 배워야 했고, 보여주는 기술을 익혀야 했으며, 설득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했다.
나는 이 글들을 통해 내가 배운 것들을 전달하고 싶었다. 떨어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강점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 전달이 왜 중요한지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신이 직접 써야 하고, 당신이 직접 말해야 하며, 당신이 직접 설계해야 한다. 이건 기술이다. 그리고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연습을 통해 익힐 수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계속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말을 찾게 된다.
이제는 당신이 쓸 차례다. 당신의 이력서를 다시 들여다보고, 당신의 강점을 다시 정리하며, 당신의 경험을 다시 서술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물어야 한다. 이 문장은 읽는 사람에게 무엇을 전달하는가. 이 단어는 왜 선택되었는가. 이 구조는 설득력이 있는가. 당신은 당신 자신을 말할 수 있는가. 당신의 결과물, 당신의 과정, 당신의 의도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멈칫한다면, 떨어졌던 수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그 이야기를, 그 기술을 알려주고 싶었다. 실력 있는 사람이, 실력만큼 보이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면접관의 입장에서도 실력이 있어보이는 사람이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불합격을 통보할 수 밖에 없는 아쉬운 순간들이 많았고, 그 순간들이 줄어 면접에 소비되는 리소스가 줄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나처럼 오랫동안 헤매지 않기를 바랐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전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붙기 위해서는 보여주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그건 기술보다 어렵지만, 기술만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연습으로 가능하고, 구조로 설명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