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술과 함께 성장한 세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 알람을 끄고, 밤늦게까지 디지털 화면과 마주한다. 이런 일상 속에서 "경험의 멸종"을 만났을 때, 오래전부터 내 안에 숨어 있던 생각이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그리고 난 이 책을 리디북스, e-book으로 읽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두 가지 시대를 모두 경험한 과도기적 세대였다. 어린 시절, 도서관 책장에서 먼지를 털며 어렵게 정보를 찾던 기억이 생생하다. 원하는 지역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으로 달려가 과거의 신문을 뒤적거리면서 찾아야 했다. 그렇게 얻은 정보는 노력과 기다림만큼 소중했고, 오랜 시간 기억에 남았다. 당시에는 정보를 얻는 것이 곧 경험이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쳐야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인내와 책임감을 배웠다.
처음 인터넷이 집에 들어왔을 때의 충격도 잊지 못한다.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하는 ADSL, 얼마 전까지 모뎀을 유선 전화기에 연결해 사용했는데 손에 잡히지 않는 세계가 내 방 책상 위로 흘러들어왔다. 이후 컴퓨터를 배우며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 엉뚱한 명령어 하나로 하얀 화면이 검게 변하고, 부품하나 바꿔보려다 모든 부품을 고장나게 한 날들. 그때는 '실패'가 기술을 배우는 전제가 되었고, 그것이 곧 배움이었다.
지금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AI의 도움으로 몇 초 만에 세계 어느 곳의 지식이든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직접 발로 뛰지 않아도, 화면 하나만 있으면 원하는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편리하고 빠른 이 기술의 시대는 나에게 커다란 놀라움이자 감사함이었다. 동시에 나는 점점 직접적인 경험의 가치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느림, 실수, 반복을 통해 축적되던 체험들이 점점 사라지고, 모든 것이 부드럽고 매끈하게 처리되는 것을 보며 어떤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내 딸들의 세대는 처음부터 완전히 디지털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자라고 있다. 얼마 전 박물관을 찾았을 때, 아이들은 실제 전시물보다 태블릿에 담긴 디지털 콘텐츠에 더욱 집중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과연 내가 겪었던 노력과 실패, 기다림을 통한 배움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전해야 할까, 아니면 그들의 시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경험하도록 지켜봐야 할까?
이 책 '경험의 멸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기술이 꼭 경험을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을 통해서도 의미 있는 배움과 깊은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일 것이다.
나는 '경험의 멸종'이 아닌 '경험의 진화'를 믿는다. 직접 경험의 방식이 줄어들더라도, 새로운 기술이 열어주는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내 딸들과 앞으로의 세대가 기술 속에서도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나는 더욱 세심히 고민하고 지켜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