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은 많은 창업을 한다. 제품을 만드는데 가장 쉬운 형태로 할 수 있는 직업중 하나라서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창업한 많은 회사들 중 대부분은 망한다. 왜 그럴까? 제품이 안좋았을까? 아니다. 제품만드는데 도가 튼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다만 이 사람들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든다기보단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 내놨기 때문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명확했다. 상품의 품질과 매출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고객이 느끼는 '가치'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고객이 그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책에서 언급한 '절대적 가치'와 '고객이 느끼는 가치'의 구분이 특히 인상 깊었다. 이마트의 피코크가 완벽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집에 에어프라이어가 있으면 이 브랜드를 모를 수 없다. 나 또한 정말 많이 구매해서 사용한다. 나에게 냉동식품은 군대시절 PX에서 구매해서 사먹던 냉동식품의 인식이 있었는데 이 인식을 깼던 브랜드다.
피코크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연예인이 박힌 화려한 상품들 사이에서도 유독 돋보였던 건, 고객이 원하는 핵심 가치를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적 흐름을 읽고, 마트 브랜드임에도 프리미엄 느낌을 주는 패키지, 그리고 무엇보다 '맛'이라는 본질적 가치에 집중했다. 13년 런칭 후 23년에 4,200억원, 12배 매출 성장이라는 숫자는 우연이 아니었다. 철저한 고객 중심 사고의 결과였다.
저자는 상품 설명을 나열하는 방식이 오히려 고객의 방어심리를 자극한다고 지적했다. 대신 설문조사, 감정 기반 광고, 데이터 리포트 제공 등 간접적이고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사라"가 아니라 "무엇을 원합니까?"라고 묻는 접근법이다. 이는 골든서클의 개념을 들을 때 큰 인사이트를 받았는데 다시 한번 골든서클을 상기시켜줬다.
이 부분을 읽으며 UX 설계와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좋은 UI/UX도 사용자에게 "이걸 써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사용자가 원하는 행동을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 가치를 인식하게 만든다. 결국 매출을 만드는 건 고객 경험을 중심에 두는 사고방식이었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명확하다. 성실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략이 필요하다. 상품 자체의 품질보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 읽고 나니 현재 하고 있는 개발 업무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는 걸 깨달았다. 기능이 많다고 좋은 서비스가 아니다. 디자인이 예쁘다고 좋은 제품이 아니다. 고객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 고객이 어떤 가치를 느끼게 하느냐가 진짜 중요하다. 90일이라는 기간이 짧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관점을 바꾸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사고의 전환이니까.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는 습관만 바뀌어도 결과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