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영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건 마스터셰프 코리아에서였다. 그저 음식 프로그램의 심사위원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평소에 이용하던 CGV를, 지나치던 수많은 브랜드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브랜딩과 마케팅을 배우려고 펼친 책이었는데, 막상 읽고 나니 전혀 다른 것을 배운 기분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노희영의 진짜 능력이 무엇인지 깨달은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브랜딩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라고 부르지만, 내가 보기엔 그의 진짜 무기는 '설득력'이었다. CGV 같은 대기업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 그것도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임원들을 설득해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결정권자를 움직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노희영은 그걸 해냈다.
그 과정이 순탄했을 리 없다. 책을 읽다 보면 수없이 많은 거절과 실패가 등장한다. 기획이 꺾이고, 관계자들이 포기하려 하고, 조직 구성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는 고백도 나온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 두드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방법을 터득해나갔다.
이 부분에서 나는 뼈를 맞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두드렸더니 내 손만 아프구나', '이렇게 두드렸더니 실패하는구나.' 나도 그런 경험이 너무 많다. 회의 시간에 의견을 냈다가 묵살당하거나,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순간들. 그럴 때마다 '아, 어차피 입만 아프고 내 평판만 깎아먹는구나' 싶어서 점점 말을 아끼게 됐다. 나서지 않는 게 편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희영은 말한다. 계속 두드리다 보면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고. '아! 이렇게 두드리니, 문이 열리는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고. 실패의 경험들이 축적되어야 결국 성공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내가 너무 빨리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두 번 안 된다고 해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 건, 방법을 배울 기회 자체를 스스로 차단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책은 계속해서 리더십과 조직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좀 의아했다. 브랜딩 책인데 왜 이렇게 사람 이야기만 나오는 걸까? 하지만 곱씹어보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 전략이 있어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합의와 협력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결국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이끌어가느냐가 성공의 핵심이라는 것.
저자는 자신이 완벽한 바보가 되기로 결심한다고 했다. 모르는 것에 아는 체하지 않고, 필요한 공부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고. 그리고 남이 시킨 일이라도 그 속에서 내가 즐길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려 노력한다고. 이런 태도들이 결국 그를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책을 덮으면서 깨달았다. 이 책은 브랜딩 기법서가 아니었다. 고집 센 조직을 움직이는 법,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는 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만들어가는 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브랜딩이나 마케팅 스킬을 배우려고 이 책을 펼쳤지만, 결국 배운 건 직장생활에서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이었다.
다음부터는 조금 다르게 행동해봐야겠다. 한두 번 거절당했다고,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입을 닫지 말아야겠다. 계속 두드리다 보면 언젠가 문이 열리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실패들이 필요한 과정이라는 걸, 이 책이 알려주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