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장 문 앞에서 나는 죽을 것 같았다. 손바닥에 땀이 차고,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준비한 답변들이 머릿속에서 뒤엉켜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 문을 수 백번 넘게 열었다. 그리고 수 백번 넘게 실패했다.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면접을 시험으로 착각했고, 면접관을 심판자로 오해했고, 그 공간을 전쟁터로 만들었다. 정답을 외우고, 각본을 준비하고, 완벽한 지원자를 연기했다. 그렇게 나는 계속 떨어졌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 애쓰면서, 정작 진짜 나와 맞는 회사는 단 한 곳도 만나지 못했다.
전환점은 잔인하게 찾아왔다. 면접관이 되어 처음으로 지원자를 마주한 날, 나는 과거의 내 모습을 봤다. 떨리는 목소리로 외운 답을 읊는 지원자, 질문의 의도와 상관없이 준비한 스토리를 늘어놓는 지원자, 대화가 아닌 독백을 하는 지원자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나였다. 하루에 열 명씩 그런 지원자를 만나면서 나는 깨달았다. 아무도 시험을 보러 온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 순간, 내 수 백번의 불합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면접은 소개팅이다. 이 단순한 진실을 지원자 입장에서는 보지 못했다. 소개팅 자리를 떠올려보면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우리는 준비한 멘트를 외우지 않는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것을 묻고, 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면 농담을 던지고, 공통점을 발견하면 눈을 빛낸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우리는 서로가 맞는지를 확인한다. 외모나 스펙을 포함해서 대화의 결이 맞는지, 웃음 코드가 통하는지, 함께 있을 때 편안한지를 느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잊는다. 대화 대신 암송을 하고, 소통 대신 발표를 하고, 진짜 모습 대신 가면을 쓴다.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나요?"라는 질문에 회사 홈페이지에 적힌 비전을 그대로 암송한다. "본인의 강점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미리 준비한 모범답안을 복사해서 붙여 넣는다. 그 순간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된다. 온도도 없고, 색깔도 없고, 무엇보다 영혼이 없다.
나는 똑같은 톤, 똑같은 단어, 똑같은 표정으로 말하는 지원자들을 만나면서 정작 그 지원자에 대해 알 수 없었다. 그들의 스펙은 화려했고 답변은 완벽했지만 그 지원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아마 그들 자신도 자기 자신이 누군지 모를 것이다. 반면, 긴장해서 말을 더듬으면서도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지원자, "그 질문은 이런 의도이신가요?"라고 되묻는 지원자, 솔직하고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지원자들은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들과의 시간은 심사가 아니라 대화였고, 평가가 아니라 만남이었다. 그 들이 모두 합격을 하진 않았지만 합격자들은 그 들 중에 있었다.
소개팅에서 한쪽만 질문하고 한쪽만 답한다면 그것은 취조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질문하지 않는다. 면접관의 질문에 답만 하고 끝낸다. 심지어 면접 마지막에 "질문 있으신가요?"라고 물어도 "없습니다"라고 답하거나 준비한 형식적인 질문 몇 개를 던지고 끝낸다. 나 또한 질문이 있다면 면접 마지막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질문은 면접 마지막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의 모든 순간에 질문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 한다.
면접이 시작되고 면접관이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라고 할 때부터 질문은 시작될 수 있다. "네, 그런데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말씀드리면 좋을까요? 기술적인 부분 위주로 할까요, 아니면 협업 경험 위주로 할까요?"라고 되묻는 것이다. 이것은 건방진 것이 아니라 소통하려는 의지다. "이력서의 A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라는 질문에도 설명 중간에 "혹시 이 회사에서도 비슷한 아키텍처를 사용하시나요?"라고 물으면서 대화의 물꼬를 튼다. 답변이 끝날 때 "제가 이해한 게 맞나요?"라고 확인할 수 있고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떻게 처리하시나요?"라고 역질문할 수 있다.
내가 합격했던 면접들을 돌아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대화의 주도권이 계속 바뀌었다는 것이다. 면접관이 "XX 기술을 왜 선택하셨나요?"라고 물으면, 나는 답하면서 동시에 물었다. "성능 때문에 선택했는데, 이 팀에서는 성능 최적화를 어떤 기준으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면접관이 설명하면 또 물었다. "그럼 XX 기술도 고려하신 건가요?" 이렇게 질문과 답변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면서 대화는 깊어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는 넓어진다. 어느새 면접이 아니라 기술 토론이 되고, 심사가 아니라 미팅이 되고, 평가가 아니라 협업의 시뮬레이션이 된다.
한 스타트업 면접에서 있었던 일이다. CTO가 "우리는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괜찮으신가요?"라고 물었다. 나는 "네"라고 답하는 대신 되물었다. "적은 인원이라면 몇 명 정도인가요? 그리고 많은 일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범위까지인가요?" CTO가 설명하자 나는 또 물었다. "그렇다면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시나요? 리소스가 부족할 때 포기하는 것과 지키는 것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그 질문을 시작으로 우리는 30분 동안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과 기술 부채 관리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면접이 끝났을 때 CTO가 말했다. "오늘 면접 본 사람 중에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은 처음이에요. 당신과 일하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나는 합격했고, 그 회사에서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좋은 면접은 리듬이 있다. 질문과 답변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호흡이 맞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안하고, 새로운 연인을 만난 것처럼 설렌다. 이런 면접은 대부분 합격으로 이어진다. 왜냐하면 면접관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재미있는 대화를 원하고, 즐거운 만남을 기대하며,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를 찾는다.
핑퐁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것이다. 회사가 왜 이 기술을 선택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무엇을 해결하고 싶은지 진짜로 궁금해해야 한다. 그 궁금증이 질문이 되고, 질문이 대화가 되고, 대화가 연결이 된다.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같은 형식적인 질문이 아니라, "코드 리뷰는 얼마나 엄격하게 하시나요? 저는 솔직히 빡센 리뷰를 좋아하는데, 여기는 어떤가요?"같은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런 면접이 되면 시간이 뒤틀어진다. 1시간 면접이 10분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 1시간 면접이었는데 마치고 나니 무려 3시간 동안 면접을 진행했던 적도 있다. 채용을 위한 면접이었지만 우리는 개발 철학부터 시작해서 팀 문화, 성장 전략, 심지어 점심 메뉴 추천까지 이야기했다. 면접관이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으면, 나는 "저는 신중한 편입니다. 혹시 이 회사는 모놀리식에서 전환을 계획하시는 건가요? 그 의사 결정 과정이 궁금한데요"라고 되물었다. 그러면 면접관이 회사의 의사 결정 과정을 설명하고, 나는 그 과정에서 겪었을 어려움에 공감하고, 내가 경험한 비슷한 사례를 공유했다. 우리는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인사이트를 교환하고, 때로는 반대 의견도 주고받았다. 면접이 끝났을 때 면접관이 말했다. "이런 면접은 처음이에요. 면접이 아니라 같이 일한 기분이었어요." 그것이 최고의 합격 신호였다.
면접은 나를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를 발견하는 자리다. 시험이 아니라 만남이고, 평가가 아니라 소통이다. 면접은 소개팅이다. 아직 면접장 문 앞에서 떨린다. 하지만 이 떨림은 두려움으로 인한 떨림이 아니라 설렘으로 인한 떨림이다. 오히려 기대된다. 어떤 사람을 만날지, 어떤 대화를 나눌지, 어떤 가능성을 발견할지 설렌다.
이제 면접장에 들어설 때 나는 갑옷을 입지 않는다. 가면을 쓰지도 않는다. 그저 진짜 나로서 들어간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때로는 농담도 던진다. 면접관을 적이 아니라 미래의 동료로 대하고, 그들과 함께 일할 모습을 상상하며 대화한다. 물론 좋은 대화를 하고도 불합격할 수 있다. 그 불합격이 두렵지 않다. 그리고 합격하더라도 내가 그 회사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나를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 쉽게 순응할 수 있다. 나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채로 불합격을 받으면 그 아쉬움으로 인해 오랜 미련이 남게 된다.
면접을 소개팅으로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히려 면접에 임하기 전에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할애해서 내가 누군지를 알아야 하는 과정이 어렵다. 내가 나를 안다면 면접장에서는 나의 진짜 생각을 말하면 된다. 일방적으로 답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질문하면 된다. 완벽한 지원자가 아니라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면 된다. 그러면 떨어져도 상처받지 않는다. 왜냐면 떨어진다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더 잘 맞는 곳을 향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