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장의 열기가 식어갈 때쯤 되면 면접관이 던지는 말이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회사에 궁금한 점 있으신가요?" 이 순간, 수많은 지원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쉰다. 드디어 끝났구나, 이제 질문 공세에서 벗어났구나 싶어서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다. 치명적인 착각이다. 면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지원자로서 많은 면접을 경험했지만 그 때는 몰랐다. 면접관으로서 들어갈 수 있었을 때 이 마지막 질문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선 1시간 동안의 공방이 팽팽했다면, 이 마지막 질문이 그 균형을 완전히 뒤집어놓기도 한다. 면접 내내 불합격이라고 마음속으로 결정했던 지원자가 이 시간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합격하는 경우를 봤다. 반대로 무난하게 잘 해왔던 지원자가 "딱히 궁금한 건 없습니다"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망치는 경우도 봤다. 이 질문은 단순한 예의상의 물음이 아니다. 최종 평가가 진행되는 골든타임이다.
"우리 회사에 궁금한 점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정말로 궁금한 것을 묻는다. 연봉이 얼마인지, 야근이 많은지, 회식이 자주 있는지. 물론 이런 것들도 중요하다. 이 정보들은 최종 합격을 했을 때 이 회사에 합류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에 도움이 될 데이터가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 질문에 대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다. 왜냐하면 이 시간은 단순한 정보 수집의 시간이 아니라,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나를 어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면접은 지원자에 따라 다른 면접의 흐름이 생기긴 하지만 대부분의 면접은 면접관이 던지는 질문에 수동적으로 대답하는 구조다. 내가 준비한 것 중 일부만 보여줄 수 있고, 면접관이 관심 없는 부분은 아예 꺼낼 기회조차 없다. 하지만 이 마지막 질문 시간은 다르다. 내가 질문의 형식을 빌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내가 준비한 강점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선택한 타이밍에 던질 수 있다. 이것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를 들어보자. "저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회사는 기술 스터디나 세미나 같은 학습 문화가 있나요?"라는 질문. 겉으로는 회사의 학습 문화를 묻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나는 학습 욕구가 강한 사람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저는 문제를 발견하면 개선안을 제시하는 편인데, 이 회사는 주니어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인가요?"라는 질문도 마찬가지다. 회사 문화를 묻는 척하면서 '나는 적극적이고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어필하는 것이다.
이런 질문들은 교묘하면서도 효과적이다. 면접관은 질문에 답하면서도 동시에 지원자의 성향과 강점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된다. 강제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이라는 부드러운 형식을 통해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짜 고수들의 면접 전략이다.
아까 제시한대로 이 시간은 내가 이 회사를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이다. 많은 지원자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면접은 회사가 나를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내가 회사를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특히 실력 있는 지원자라면, 여러 회사에서 합격 통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때 어떤 회사를 선택할 것인가? 그 기준이 되는 정보를 이 시간에 수집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이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다. '나는 여러 선택지를 가진 사람이고, 신중하게 회사를 고르는 사람입니다'라는 메시지 말이다. 이것은 오만함과는 다르다. 자신의 커리어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프로페셔널한 태도다.
"이 팀의 향후 1년 로드맵이 어떻게 되나요?", "제가 입사하게 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나요?", "팀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어떻게 되나요?" 이런 질문들은 내가 이 회사에서의 미래를 진지하게 그려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동시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커리어를 설계하는 신중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특히 기억에 남는 지원자가 있었다. 그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성장입니다. 이 회사에서 3년 후 제가 어떤 개발자가 되어 있을지 궁금합니다. 면접관께서는 이 회사에서 어떻게 성장하셨나요?"라고 물었다. 이 질문은 면접관인 나를 잠시 멈추게 했다. 단순히 회사를 다니려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위해 회사를 선택하려는 그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최악의 대답은 무엇일까? "딱히 궁금한 건 없습니다", "앞서 설명을 잘 들어서 궁금한 게 다 해결됐습니다",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이런 대답들이다. 왜 최악일까? 첫째, 준비가 안 된 사람으로 보인다. 이 질문은 모든 면접에서 나오는 단골 질문인데, 이것조차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은 면접 자체를 가볍게 여겼다는 신호다. 둘째, 회사에 대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정말로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다면, 궁금한 게 없을 리 없다. 셋째, 소통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차단하는 모습은 향후 팀워크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나는 면접관으로서 이런 대답을 들을 때마다 아쉬움을 느꼈다. 분명 실력은 있어 보이는데, 마지막에 와서 스스로를 망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안타까웠다. 그리고 실제로 평가표를 작성할 때, 이런 지원자들에게는 '소극적', '준비 부족', '열정 부족', '로얄티 부족' 같은 코멘트를 남기게 됐다. 반대로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지원자들에게는 '적극적', '커뮤니케이션 능력 우수', '입사 의지 강함' 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더 나아가, 정말 임팩트 있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라. 질문을 2-3개 정도 한 후, "마지막으로 제가 오늘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한 말씀 더 드려도 될까요?"라고 양해를 구한 뒤, 준비한 1분 스피치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실제로 사용했던 전략이고, 많은 멘티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이다. "오늘 면접을 통해 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아까 말씀하신 XX 부분에서 제 경험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팀에 합류한다면, 단순히 주어진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팀에 기여하는 구성원이 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 모든 것의 핵심은 무엇일까? 준비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자연스러워 보이는 질문들이 가장 철저하게 준비된 것들이다. 나는 멘티들에게 항상 강조한다. 최소 20개 이상의 질문을 준비하라고. 질문을 다 못해도 되지만 질문이 부족하면 안된다. 그리고 각 질문마다 어떤 강점을 어필할 것인지, 어떤 정보를 얻을 것인지 명확히 설계하라고 말이다.
실제로 내가 이직에 성공했던 면접들을 돌이켜보면, 모두 이 마지막 질문 시간을 잘 활용했던 경우들이었다. 한 스타트업 면접에서는 "제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은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혹시 지금 팀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면접관은 실제로 팀이 직면한 문제를 설명했고, 나는 즉석에서 몇 가지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그 자리에서 "언제부터 출근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또 다른 대기업 면접에서는 "저는 체계적인 프로세스 속에서 일할 때 최고의 성과를 냅니다. 이 회사의 개발 프로세스와 코드 리뷰 문화가 궁금합니다"라고 물었다. 이 질문을 통해 나는 체계적이고 협업을 중시하는 개발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다. 동시에 회사의 개발 문화가 나와 맞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질문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회사에 대한 분석, 직무에 대한 분석, 자신에 대한 분석이 모두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준비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준비된 사람은 이 시간을 기회로 만들고, 준비 안 된 사람은 이 시간에 무너진다.
나는 지금도 500번 넘게 떨어지던 시절, 면접이 끝날 때마다 느꼈던 그 아쉬움과 후회에 대한 감정을 기억한다. "아, 이것도 말했어야 했는데", "왜 그때 그 질문을 하지 않았을까", "마지막에 좀 더 적극적으로 어필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미 면접장을 나온 뒤였다. 돌이킬 수 없었다. 그때는 몰랐다. 마지막 질문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시간인지,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앞선 시간 동안 평범했던 지원자도 이 시간을 통해 특별해질 수 있다. 반대로 잘 하고 있던 지원자도 이 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준비해야 하고, 연습해야 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면접관의 "궁금한 점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은 정말로 궁금한 것을 묻는 시간이 아니다. 이것은 마지막 어필의 기회이자, 회사를 평가하는 시간이며, 나의 의지로 자유롭게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며, 나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순간이다. 이 시간을 "딱히 없습니다"로 끝내는 것은 스스로 기회를 걷어차는 것과 같다. 준비하라. 20개 이상의 전략적 질문을 준비하고, 각 질문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 명확히 하라. 그리고 마지막에는 마치 궁금한 점이 다 해소된 것 마냥 상쾌한 표정을 지으며 "없습니다" 라고 하지말고 반드시 입사 의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켜라.
면접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니, 오히려 끝날 때 반전을 줄 수 있다. 1시간정도의 시간이 좋은 시간이 아니었다고 판단이 되면 그 마지막 질문에 모든 것을 걸어라. 당신의 강점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질문들을 준비하고, 회사를 평가할 날카로운 질문들을 갈고닦아라.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로 "궁금한 게 없습니다"라는 말로 끝내지 마라. 그것은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가장 어리석은 선택이다. 나처럼 수백번 넘게 떨어지는 경험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