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꼭 전공해야만 할 수 있나요?

기술보다 '관점'을 먼저 설계해야 하는 이유

by JUNSE

Sound Essay 001


음악, 꼭 전공해야만 할 수 있나요?

(기술보다 '관점'을 먼저 설계해야 하는 이유)


사진: Unsplash의Karina Syrotiuk


"음악을 만들고 싶은데, 전공자가 아니라 망설여지나요?"


음악 창작에 대해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전공'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입니다.


노트북 한 대와 헤드폰만 있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대입니다. 오빠와 함께 자신의 방에서 만든 음악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빌리 아일리시처럼, '베드룸 프로듀서'들은 이제 소수가 아닌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Ableton Live 같은 프로그램 사용법이나 기초 화성학 이론은 유튜브와 온라인 강의를 통해 얼마든지 배울 수 있습니다. 기술의 장벽은 그 어느 때보다 낮아졌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든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어느 순간 창작의 벽에 부딪힙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사운드를 구현하려 할 때 막막함을 느끼거나, 내 음악이 어딘가 모르게 2% 부족하게 느껴지는 지점을 마주하는 것이죠. 바로 이 지점에서, 탄탄한 '기초'의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화성학 같은 기초 이론은 창의력을 옭아매는 규칙이 아니라, 오히려 당신의 아이디어를 더 자유롭고 정교하게 펼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지도'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음악적 기초라는 지도를 손에 넣은 후에도 많은 이들이 여전히 창작의 막막함 앞에서 길을 잃는다는 사실입니다. 왜일까요? 지식과 기술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더 본질적인 질문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진짜 차이를 만드는 것, 세상을 해석하는 '나만의 관점'


그 질문은 바로 "어떤 소리를, 왜 만들어야 하는가?"입니다. 기술은 '어떻게(How)'의 문제이지만, 관점은 '무엇을(What)'과 '왜(Why)'의 문제입니다.


사진: Unsplash의Redd Francisco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토록 '관점'에 집중해야만 할까요?


음악이란 본질적으로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장 추상적인 형태의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창작자는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그 의도를 실체 있는 사운드로 구현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적 맥락'을 구축하는 훈련을 해야만 합니다. 여기서 '음악적 맥락'이란, 단편적인 소리나 멜로디 한 조각이 아니라, 그 소리의 앞과 뒤, 그리고 함께 울리는 다른 소리들과의 '관계'를 통해 소재의 의미를 직조해 나가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는 마치 70년 전 바우하우스에서 칸딘스키가 회화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점, 선, 면'이라는 기본 요소를 정의하고 이들의 상호관계와 다른 요소와의 구성(Composition)에 대해 논의했던 것처럼, 머릿속의 추상적인 소리를 질서 있는 구성으로 그려내기 위한 필수적인 훈련 과정과도 같습니다.


최고급 카메라와 렌즈 사용법을 완벽하게 익힌다고 해서 저절로 좋은 사진작가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피사체를 어떤 구도로, 어떤 빛을 이용해 담아낼 것인가 하는 자신만의 '시선'이 없다면, 비싼 장비는 그저 비싼 장비일 뿐입니다. 완벽하게 계량된 레시피를 따를 수는 있지만,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지 못하는 요리사와도 같죠.


바로 이 지점이 평범한 소리의 나열과 맥락을 가진 음악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사진: Unsplash의nik radzi

음악 이론 없이도 '관점'을 훈련하는 3가지 방법


그렇다면 대체 그 '관점'이라는 것은 어떻게 훈련할 수 있을까요? 거창한 장비나 대단한 이론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지레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놀랍게도 그 시작은 지금 당장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를 펼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모든 위대한 학습이 그렇듯, 좋은 것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제대로 아는 것만으로도 나아갈 방향이 보이기 시작하니까요. 다음 세 가지 단계를 따라 당신 안에 잠들어 있는 관점을 깨워보세요.


첫째, '나만의 음악 지도'를 그려보세요.

단순히 '좋은 음악'을 수동적으로 듣는 것을 넘어, 내가 '왜'이 음악을 좋아하는지 능동적으로 질문을 던져보는 단계입니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사운드, 멜로디 진행, 목소리의 톤은 무엇인가요? 이렇게 좋아하는 곡들의 매력 포인트를 하나씩 기록하고 그 공통점을 연결하다 보면, 어느새 흐릿했던 당신의 취향이 하나의 '음악 지도'처럼 선명하게 그려질 겁니다. 이 지도는 앞으로 당신이 음악의 세계를 탐험할 때 가장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둘째, '음악 고고학자'가 되어보세요.

나만의 지도를 손에 넣었다면, 이제 지도 위 한 지점을 정해 깊이 파고드는 '음악 고고학자'가 되어볼 차례입니다. 당신이 가장 아끼는 아티스트는 과연 어떤 음악을 듣고 자랐을까요? 관련된 인터뷰, 다큐멘터리, 혹은 그들이 직접 추천한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들어보세요. 음악을 둘러싼 시대적,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순간, 단순히 '소리의 집합'이었던 음악은 비로소 깊은 서사를 가진 살아있는 '이야기'로 당신에게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셋째, '나만의 언어'로 표현해보세요.

지도와 탐험을 통해 얻은 보물들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이 곡이 서늘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드럼 소리가 멀리서 동굴처럼 울리는 공간감을 가졌기 때문이야'와 같이, 자신만이 느낀 감각과 분석을 글로 써보거나 친구에게 설명해 보세요. 영감이 떠오른다면, 그 음악의 특정 파트를 짧게 따라 만들어보는 것도 최고의 훈련법입니다. 이 적극적인 재해석 과정 속에서 막연했던 감상은 비로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당신만의 관점'으로 단단하게 굳어집니다.



만약, 이 여정에 든든한 가이드가 필요하다면


위에서 제안한 훈련법들은 분명 강력하지만, 혼자서 꾸준히 해나가기에는 때로 막막하거나 외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내가 그린 지도가 맞는 방향인지, 나의 해석이 너무 편협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때도 있죠. 피드백이 없는 성장은 더디고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만약 이 창작의 여정에 더 체계적인 가이드와 영감을 공유할 동료들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그때는 좋은 교육의 도움을 받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Sound Foundry & Co. 의 다양한 프로그램 중 Visual Sound Design 클래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툴 사용법이나 이론을 주입하는 대신, 소리를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영상과 소리의 '관계'를 읽어내는 시야를 넓히는 데 집중합니다. 이는 곧 당신만의 관점을 더 빠르고 단단하게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화된 훈련 과정이자, 함께 성장하는 동료들을 만나는 커뮤니티입니다.


당신의 고유한 소리를 응원하며


음악을 만드는 데 '전공자'라는 자격증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세상을 소리로 번역해 낼 '나만의 관점'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술은 언제든 배울 수 있지만, 관점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고 세상을 예민하게 관찰하는 시간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또 하나의 기술적으로 완벽한 음악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세상은 당신의 이야기가 담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공자가 아니라는 망설임은 잠시 접어두고, 오늘 당장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를 펼쳐 '나만의 음악 지도'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의 고유한 소리는 바로 그곳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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