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빚어내다.
Sound Essay No.3
"대중음악은 예술일까요, 아니면 그저 상업적 상품일까요?"
이 해묵은 논쟁은 아마도 음악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지 모릅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예술'은 어렵고 고상하며, '대중음악'은 가볍고 상업적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히곤 합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잠시 이분법의 잣대를 내려놓고 예술의 본질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관계의 구성'이라는 관점에서 말입니다.
음악이란 작곡가의 의도에 따라 소리의 관계를 배열하여, 어떤 '음악적 현상'을 만들어내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이 만들어내는 소리의 긴장과 이완, 화음과 화음이 연결되며 자아내는 분위기, 리듬의 밀고 당김이 형성하는 박진감. 이 모든 것이 소리들 간의 관계 맺음을 통해 나타나는 ‘음악적 현상’입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베토벤의 교향곡과 아이돌의 댄스곡은 서로 다른 세계의 산물이 아닙니다. 두 음악 모두 '소리의 관계를 통해 청자와 소통한다'는 동일한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다만, 그 관계를 구성하고 소통하는 '전략'이 다를 뿐입니다.
현대 예술 음악은 종종 동시대 예술가들의 시각으로 이전 시대의 음악적 약속이나 관점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형태를 띱니다. 익숙한 화성 체계를 파괴하거나(쉔베르크), 소음과 악음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존케이지)를 통해 새로운 소재들간의 관계를 '제안'합니다. 그렇기에 예술 음악은 기존에 없던 시스템 그 자체를 제안하거나(12음렬), 기존 시스템의 정당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낭만주의)하는 작업입니다. 청중이 그들의 언어를 즉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며, 때로는 이해을 위해 어느 정도의 사전 지식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면, 대중음악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 감각, 그리고 상황에 대한 공감을 전제로 설계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조성(Tonality)'이라는 약속된 문법 안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감정을 전달하고 소통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익숙한 코드 진행 속에서 단 하나의 음을 비틀어 신선함을 주거나, 예측 가능한 리듬 위에 낯선 질감의 사운드를 얹는 것. 이것이 바로 대중음악에서 나타나는 의외성입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활용하여 보편적 인식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가능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어느정도 익숙함이 당연해질 때 쯤 약간의 변화를 통해 대중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것, 이것이 이 장르의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중음악의 예술성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다음번엔 좋아하는 대중음악을 들을 때, 멜로디만 흥얼거리지 말고 딱 한 가지 요소에만 집중해보세요. 예를 들어, 베이스 라인의 움직임이 곡의 분위기를 얼마나 극적으로 바꾸는지, 혹은 2절의 드럼 리듬이 1절과 어떻게 미세하게 달라져 곡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지 '발견'해보는 겁니다. 그 익숙한 구조 속에 교묘하게 숨겨진 작은 새로움과 디테일이야말로, 대중음악 작곡가들이 심어놓은 빛나는 예술적 성취입니다. 감정을 통해서 음악을 듣기는 것을 넘어 음악적인 현상에 대해서 인지하고 이를 발견하려는 노력, 그것이 음악을 제대로 듣기 시작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음악에 대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하므로 다음 번에 다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결국 두 분야 모두 인간이 하는 활동이며, 인간을 위한 활동이라는 점에서 어느 한쪽이 더 우월하거나 특별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문법을 사용했는가'가 아니라, '주어진 조건 안에서 얼마나 작가의 시각을 담은 관계를 만들었는가’입니다. 기존의 문법을 부수는 것을 목적으로 삼을지, 혹은 익숙한 문법 안에서 최대한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삼을지는 전적으로 창작자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Sound Foundry & Co.에서는 바로 이 지점을 탐구합니다.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의 경계를 넘나들며, 당신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소리의 관계'를 구축하는 법, ‘음악적 맥락’을 함께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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