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Log No.3 | 음악과 추상의 전환
Sound Log No.3
우리는 오랫동안 음악을 “앞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이해해왔습니다.
주제가 제시되고, 발전하고, 절정에 이르고, 이완됩니다.
이 구조는 단지 형식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이해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으며, 긴장이 있고 해결이 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음악은 이 선형적 질서를 점차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멜로디와 리듬은 더 이상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선이 아니라,
하나의 장(field) 안에서 배치되는 요소가 됩니다.
조성 음악은 중심음(tonic)을 설정하고 그로부터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구조를 가집니다. Leonard Meyer는 음악적 감정이 기대(expectation)와 그 충족 또는 지연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구조 안에서 시간은 선형적입니다.
청자는 다음을 예측하고, 음악은 그 예측을 조율합니다.
리듬 역시 주기적 반복을 통해 예측을 강화합니다.
박자는 몸을 동기화하고, 규칙성은 안정감을 만듭니다.
그러나 이 질서는 하나의 역사적 체계일 뿐입니다.
모든 음악이 반드시 긴장과 이완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존 케이지(John Cage)
케이지는 우연성(indeterminacy)을 도입하며 작곡가의 의도를 최소화했습니다. 〈Music of Changes〉에서는 음의 배열이 주역(易經)을 통해 결정됩니다. 여기서 시간은 목적지를 향해 진행되지 않습니다. 사건들은 인과적 서사가 아니라, 공존하는 순간들의 집합이 됩니다.
죄르지 리게티(György Ligeti)
리게티의 미시폴리포니(micropolyphony)는 수많은 성부가 촘촘하게 얽히며 하나의 음향 덩어리를 형성합니다. 〈Atmosphères〉에서는 선율이 해체되고, 개별 리듬도 사라집니다. 시간은 흐르지만, 방향은 없습니다. 우리는 선을 듣는 대신 밀도를 듣습니다.
모턴 펠드먼(Morton Feldman)
펠드먼의 작품은 극도로 느린 전개와 미세한 반복을 통해 청자의 시간 감각을 흐립니다. 긴장과 이완은 거의 감지되지 않으며, 변화는 미세합니다. 음악은 목표를 향한 진행이 아니라, 지속되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 작곡가들의 공통점은 선형 서사를 약화시키고, 음악을 하나의 장으로 다루었다는 점입니다.
중심은 사라지거나, 최소화됩니다.
리듬 또한 단순한 주기 구조에서 벗어납니다.
Olivier Messiaen은 비가역 리듬(non-retrogradable rhythms)을 사용하여 시간의 대칭을 탐구했습니다. 리듬은 더 이상 일정한 박자 위에 놓이지 않습니다.
Brian Ferneyhough와 같은 작곡가는 복잡한 다층 리듬을 통해 예측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Large & Jones(1999)는 인간이 주기적 자극에 신경적 동조(neural entrainment)를 일으킨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주기성을 의도적으로 교란하는 것은 단순한 난해함이 아니라, 청자의 신체적 예측 구조를 흔드는 행위입니다.
리듬은 더 이상 몸을 안정적으로 동기화하는 장치가 아니라,
예측을 교란하는 장이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 음악이 전통적 조성 체계를 해체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과 이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다만 그것은 더 이상 공통된 규칙이 아닙니다.
각 작곡가의 주관적 구조 안에서 정의됩니다.
케이지에게 긴장은 침묵과 사건의 대비일 수 있습니다.
리게티에게는 밀도의 변화가 긴장이 됩니다.
펠드먼에게는 미세한 음형 변이가 긴장을 만듭니다.
전통적 기능화성은 하나의 객관적 문법을 제공했습니다.
현대 음악은 그 문법을 해체하고,
각 작곡가가 자신의 문법을 설계하는 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긴장과 이완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보편적 규칙에서 개인적 설계로 이동했습니다.
현대 미술이 대상을 벗어나 추상으로 이동했을 때, 그것은 무질서가 아니라 관계의 재구성이었습니다.
음악에서도 비선형 구조는 혼란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제안입니다.
선형 구조는 예측을 중심에 둡니다.
비선형 구조는 관계와 밀도를 중심에 둡니다.
멜로디와 리듬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대신,
공존하는 요소로 배치될 때
음악은 하나의 장이 됩니다.
세계는 듣는 방식에 따라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선형적 서사를 듣는 대신,
관계의 장을 듣는 순간
우리는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Sound Log는 그 전환을 기록합니다.
목적지에서 장으로,
규칙에서 설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