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위계는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했는가

Sound Log No.12 | 데이터 이후의 작곡

by JUNSE

Sound Log No.12

감각의 위계는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했는가

Hearing the World – 전략과 자유의지


우리는 지금 음악이 데이터로 기록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재생 시간, 스킵률, 반복 구간, 저장 여부.


그러나 이 논의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이 모든 분석은 음악이 스트리밍 플랫폼 위에 존재한다는 전제에서만 의미를 갖습니다.


즉, 우리는 지금 상업적 유통 구조 안에서의 음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지점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순수 예술과 상업 음악의 태도가 뒤섞입니다.



1. 순수 예술과 상업 음악의 전제 차이


순수 예술음악은 반드시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 존재하는 장르가 아닙니다.

그것은 작가의 내적 필연과 구조적 실험을 중심에 둡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구조는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가


기존 질서를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


나의 감각은 어디까지 이동했는가


데이터는 이 질문에 거의 관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상업음악은 다릅니다.

그것은 반드시 선택되어야 합니다.

청취되고, 소비되고, 반복되어야 합니다.


이때 데이터는 환경입니다.

무시할 수 없는 조건입니다.


여기서는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현실적인 태도가 됩니다.

환경을 모르면 전략도 없습니다.



2. 여기서 생기는 더 큰 질문


이 지점에서 저는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자유의지는 존재하는가?


법과 윤리의 영역에서 자유의지는 필수 전제입니다.

인간이 선택할 수 있다고 가정해야 책임이 성립하고, 규범이 작동합니다.


그러나 알고리즘 환경에서는 다른 층위가 등장합니다.


우리는 음악을 선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추천을 받습니다.

우리는 취향을 가진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선택은 이전 선택의 데이터로 예측됩니다.


이때 자유의지는 어떻게 작동할까요.



3. 알고리즘은 선택을 좁힌다

사진 : Unsplash의 Google DeepMind

알고리즘은 우리를 통제하려는 의도를 갖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선택의 범위를 좁힙니다.


비슷한 곡이 추천되고,

비슷한 장르가 이어지고,

익숙한 구조가 반복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특정 감각 구조를 강화합니다.


빠른 후렴


짧은 도입부


즉각적인 후크



우리는 그것을 좋아해서 선택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반복 노출을 통해 익숙해진 것일까요.


자유의지와 환경 조건은 완전히 분리되지 않습니다.



4. 작곡의 위치

사진 : Unsplash의 Maria Lupan

이 질문은 단순한 철학적 사유에 머물지 않습니다.

작곡의 태도와 직접 연결됩니다.


상업 음악을 쓸 때

데이터를 무시하는 것은 자유일 수 있지만,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데이터에 완전히 종속되는 것은

전략일 수 있지만,

감각을 위축시킬 위험도 있습니다.


저는 이 둘을 분리합니다.


순수 예술 작업에서는 자유의지를 전제로 합니다. 데이터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측을 교란하는 구조를 택합니다.


상업 음악 작업에서는 데이터 환경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중심을 제공하되, 그 안에 미묘한 이동을 심습니다.


자유의지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작동하는 층위가 달라집니다.



5. 데이터 시대의 감각 위계


과거에는 시각 중심 문화가 감각의 위계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데이터 중심 환경이 위계를 재편합니다.


측정 가능한 것,

반응이 빠른 것,

공유되기 쉬운 것.


이것들이 중심이 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측정되지 않는 영역도 존재합니다.


알고리즘이 포착하지 못하는 감정,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구조,

느리게 작동하는 음악.


두 영역은 공존합니다.



6. 자유의지의 자리

사진 : Unsplash의 Matthew Moloney

자유의지는 완전한 독립 상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환경은 조건을 제시합니다.

선택은 그 조건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작곡은 바로 그 지점에서 이루어집니다.


환경을 이해하고 전략을 세울 것인가


환경을 거부하고 독립 구조를 유지할 것인가


혹은 둘을 분리해 운용할 것인가


세계는 듣는 방식에 따라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듣는 방식 또한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자유의지를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디에서 선택이 가능한지를 아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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