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는 점점 더 수동적으로 변하고 있는가

Sound Log No.14 | 선택의 재구성

by JUNSE

Sound Log No.14

청자는 점점 더 수동적으로 변하고 있는가

Hearing the World – 선택의 재구성

사진 : Unsplash의 Quentin Baret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청자들은 점점 수동적이 되어간다.”


추천을 받고,

자동 재생을 하고,

플레이리스트를 따라 듣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선택이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현상은 단순한 수동성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1. 수동성은 정말 증가했는가


과거를 떠올려보면,

청자는 레코드를 구매했고,

앨범 전체를 들었고,

곡 순서를 그대로 경험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곡은 단위로 소비되고,

순서는 섞이며,

추천이 이어집니다.


선택의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앨범을 선택하는 행위”가 중심이었고,

지금은 “다음 곡을 넘길지 말지”가 중심입니다.


선택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 짧은 단위로 분해되었습니다.



2. 알고리즘은 선택을 어떻게 다루는가

사진 : Unsplash의 Google DeepMind

알고리즘은 취향을 예측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단순히 반영이 아닙니다.


비슷한 곡을 묶고


유사한 구조를 반복 노출하며


안정적인 패턴을 강화합니다.


이 구조는 선택의 폭을 넓히기보다

선택의 경로를 정렬합니다.


청자는 여전히 선택합니다.

그러나 그 선택은 이미 필터링된 환경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자유의지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조건이 정교해졌습니다.



3. 반복 노출과 감각의 적응


같은 유형의 구조를 반복적으로 들으면

그 구조는 ‘자연스러운 것’이 됩니다.


빠른 후렴


짧은 도입


즉각적인 전개


이것이 기준이 됩니다.


느린 구조, 중심 없는 구조는

이 기준에 비해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것은 취향의 변화라기보다

감각의 적응입니다.


우리는 반복된 구조에 맞추어 듣는 방식을 훈련받습니다.



4. 그렇다면 청자는 수동적인가

사진: Unsplash의 Jonas Jacobsson

저는 이 질문을 조금 다르게 보고 싶습니다.


청자는 수동적이기보다는

조건화된 능동성에 가깝습니다.


선택은 여전히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선택의 범위는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법과 윤리의 영역에서 자유의지는

책임의 전제로 필요합니다.


그러나 알고리즘 환경에서의 자유의지는

“완전한 독립”이 아니라

“조건 속 선택”입니다.


우리는 자유롭지만,

무제한으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5. 작곡의 대응

사진 : Unsplash의 Dayne Topkin

이 지점에서 작곡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① 조건을 강화한다


이미 익숙한 구조를 반복하고,

선택을 쉽게 만든다.



② 조건을 교란한다


예상과 다른 전개를 배치하고,

청자의 감각을 흔든다.


두 전략 모두 가능하지만,

의식 없이 반복되는 것은 위험합니다.


데이터가 중심을 강화하는 시대에

작곡은 중심을 더 세울 수도 있고,

다른 감각을 훈련시킬 수도 있습니다.



6. 감각 훈련으로서의 음악

사진 : Unsplash의 Kazuo ota

만약 청자가 조건화된 능동성 속에 있다면,

음악은 감각을 다시 훈련하는 장이 될 수 있습니다.


느린 전개를 견디는 훈련


중심을 기다리지 않는 훈련


관계를 탐색하는 훈련


이것은 시장에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감각의 확장이라는 다른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세계는 듣는 방식에 따라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듣는 방식은

환경 속에서 다시 배치될 수 있습니다.


작곡은 그 배치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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