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브랜드를 만드는 두 가지 방식

Sound Branding No.11 | 실제 사례분석

by JUNSE

Sound Branding No.11

소리로 브랜드를 만드는 두 가지 방식

OKIIO와 Ceiling Service 사례 분석


사운드 브랜딩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개념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건 대기업이나 하는 거 아닌가?” 혹은 “우리 같은 작은 공간에는 필요 없는 이야기 아닐까?” 하지만 실제 시장을 보면 이미 그보다 훨씬 작은 규모에서도, 심지어 개인 브랜드 수준에서도 소리를 중심으로 감각을 설계하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규모가 아니라 관점입니다. 무엇을 중심으로 경험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죠.


이번 글에서는 그 관점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두 가지 서로 다른 방식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감각을 들려주는 방식 : OKIIO

maxresdefault.jpg 출처 : OKIIO Lounge 유튜브 채널 OKIIO Playlist

OKIIO는 겉으로 보면 빈티지 의류와 오브젝트를 판매하는 셀렉트샵입니다. 하지만 이 브랜드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실제로 판매하고 있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감각’에 가깝습니다. 그 감각을 가장 강하게 전달하는 방식이 바로 음악입니다. OKIIO는 유튜브와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음악적 취향을 노출합니다. 이 플레이리스트를 들어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특정 장르에 묶여 있지 않지만 전체적으로는 일정한 질감을 유지하고, 과하게 튀는 요소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며, 빈티지하고 로파이한 톤이 일관되게 반복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개별 곡이 아니라 전체의 흐름입니다. 이 흐름이 계속 반복되면서 하나의 감각으로 축적됩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1731370075931-오키오 2.jpg 출처 : www.fashionbiz.co.kr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 공간이 떠오르는 경험. 보통은 공간이 먼저 있고 음악이 따라오지만, 이 경우는 반대입니다. 음악이 먼저 기억되고, 그 음악을 통해 공간이 떠오릅니다. 이건 단순한 취향 공유가 아니라 명확한 브랜딩 전략입니다. 설명하지 않고 들려주는 방식, 즉 감각을 언어가 아니라 반복으로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공간을 듣게 만드는 방식 : Ceiling Service

20240319_001.jpg 출처 : visla.kr

Ceiling Service는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출발합니다. 이들은 음악을 큐레이션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공간을 ‘듣는 경험’으로 설계합니다. 팝업이나 전시 형태로 진행되는 이들의 프로젝트를 보면, 공통적으로 시각 요소는 최소화되어 있습니다. 공간 자체는 비워져 있고, 구조도 단순합니다. 대신 사운드가 중심에 놓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음악이 아니라 사운드입니다. 특정 위치에서 다르게 들리고, 이동하면서 변화하고, 공간의 크기와 구조에 따라 감각이 달라집니다. 즉, 이 공간은 보는 공간이 아니라 듣는 공간입니다. 일반적인 공간에서는 소리가 배경으로 존재하지만, 이 경우에는 소리가 경험을 이끌어갑니다. 사람은 소리를 따라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곧 경험이 됩니다. 이건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공간의 주인공을 시각에서 청각으로 바꾼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방식의 공통점 : 배경에서 중심으로


이 두 사례는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갖습니다. 소리를 ‘배경’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공간은 음악을 그냥 틀어놓습니다.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장식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결과도 비슷해집니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음악, 기억되지 않는 공간. 반면 OKIIO는 음악을 브랜드 자체로 끌어올렸고, Ceiling Service는 사운드를 공간의 중심으로 올렸습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보이는 것보다 느껴지는 것을 더 오래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


여기서 중요한 오해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쉽게 “저건 특별한 프로젝트니까 가능한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OKIIO가 사용하는 방식은 거창한 장비나 비용이 필요한 구조가 아닙니다. 플레이리스트를 정리하고, 그 톤을 유지하고, 반복하는 것. 이 세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Ceiling Service의 경우는 조금 더 강한 설계가 필요하지만, 그 원리는 단순합니다. 무엇을 중심으로 둘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 이 선택이 전부입니다. 규모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실제 공간에 적용하면 생기는 변화


이걸 실제 공간으로 가져오면 훨씬 명확해집니다. 카페라면 음악의 장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톤을 정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이어져도 어색하지 않은 하나의 질감. 쇼룸이라면 제품마다 다른 음악을 쓰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에서 하나의 감각이 유지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브랜드라면 캠페인마다 다른 음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사운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아직 비어 있는 영역


지금 시장을 보면 대부분의 브랜드는 여전히 소리를 배경으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이 영역은 비어 있습니다. 시각은 이미 경쟁이 포화 상태입니다. 로고, 색, 영상 모두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반면 소리는 아직 기준이 없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제대로 접근해도 차이가 크게 납니다. 중요한 건 복잡한 걸 만드는 게 아니라, 하나의 방향을 정하고 계속 유지하는 것입니다. 감각은 반복될 때 브랜드가 됩니다.



소리를 중심으로 올리는 선택


결국 이 두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하나입니다.

소리는 선택의 문제라는 것.


대부분은 소리를 뒤에 둡니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는 소리를 앞으로 가져옵니다.


그 순간 역할이 바뀝니다.

배경이 아니라 중심이 됩니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질문은 단순합니다.

우리 브랜드는 소리를 어디에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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