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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NDTRAX Nov 17. 2015

2015년 시상식 시즌을 앞두고 vol.2

캐롤, 레버넌트, 시카리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

코엔 형제 영화나 빌 콘돈 영화에 언제나 함께이지만, 생각 외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카터 버웰의 [캐롤 Carol]도 빼놓을 수 없다. 토드 헤인즈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 영화는 유려하고 감성적인 스코어로 올해 가장 두드러진 영화음악 중에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치 마이클 니먼이 미클로스 로자를 만난 듯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이 스코어는 가장 뒤에서 언급할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와 함께 가장 강력한 복병이 되지 않을까 싶다. 코엔 형제와 함께 했던 [더 브레이브]나 [파고], [밀러스 크로싱] 등의 작품들로 주요 영화제에 한 번도 음악상 후보로 오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긴 한데, 버웰의 스코어들은 사실 아름답고 탁월한 감성 묘사와 섬세한 심리를 표현하는데 강점을 보여 왔다. 더욱이 위트 넘치고 규모 있는 음악을 선사하는데 있어서도 능숙하다는 것 또한 잊혀져선 아쉬운 점이다. 토드 헤인즈는 이미 미니시리즈 [밀드레드 피어스]를 통해 버웰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숨은 강자는 또 있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The Revenant]로 돌아오는 류이치 사카모토다. 이미 [마지막 황제]로 동양인 최초 오스카 음악상 수상이란 기록을 만든 바 있는 사카모토는 후두암에서 회복돼 다시 생존의 음악을 펼쳐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출신의 음악가 알바 노토와 그룹 ‘더 내추럴’의 기타리스트로 알려진 브라이스 드레스너와 함께 음악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모두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음악가들이다. 알바 노토는 노이즈 사운드로 알려진 - 사운드 아트 쪽에선 굵직한 이력을 가진 뮤지션으로 사카모토와 이전부터 친분을 나눴던 인물이고, 드레스너는 인디 밴드 기타리스트라는 이력과 또 다르게 현대음악 관현악곡을 작곡한 바 있다. 이들 조합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과연 어떤 느낌일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마지막 황제] 때 역시 데이빗 번과 공 슈라는 음악가들과 협업을 통해 좋은 결과물을 내놓은 바 있기에.

드니 빌뇌브의 괴물 같은 작품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Sicario]의 음악을 담당한 요한 요한슨도 좋은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골든 글로브에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깜짝 수상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이 아이슬란드 태생의 작곡가는 [시카리오]에서 묵직하면서도 서늘한 음악으로 잔인하고도 끔찍한 카르텔과의 전쟁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마치 르포타주를 읽는 것과 같은 객관적인 영화에 차가운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건 요한슨의 스코어링 탓이 크다. 잊혀지지 않는 지옥도에 걸맞는 독특한 질감의 어둡고도 혼란스런 사운드를 완성해냈다. 둔중한 엠비언트 고동이 시종일관 깔리는 가운데 느릿느릿 하지만 겹겹이 쌓이고 덧입혀지는 스트링의 더께는 악과 범죄가 농축된 타르처럼 찐덕찐덕하게 느껴지며 관객들을 숨 막히고 답답하게 만든다. 마치 주인공이 닥친 상황처럼 비밀작전의 무게와 상상할 수 없는 이면의 심연을 들여다보듯 깊고 어두운 음악들이다. 작년 골든 글로브 수상 후 오스카 지명까지도 예측했는데 탈락의 아쉬움을 올해는 과연 만회할 수 있을까. 

마이클 키튼,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리브 슈라이버, 스탠리 투치, 존 슬래터리, 빌리 크루덥 등 쟁쟁한 연기파들 배우들이 호연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진 토머스 맥카시 감독의 [스포트라이트 Spotlight]도 눈여겨봐야 한다. 음악에 하워드 쇼어가 딱 하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매사추세츠 주 가톨릭교회에서 10여 년간 벌어진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파헤쳐 퓰리처상을 수상한 보스턴 글로브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들의 실화를 다룬 작품으로 따라 감동적이고 진중한 음악을 선보일 거라는 고정 관념과 달리 쇼어의 스코어들은 굉장히 짧고 모던한 색채를 띄고 있는 편이다. 피아노와 일렉 기타, 신디 등을 통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에 묘한 생기와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미 장중한 반지나 호빗 시리즈와 크로넨버그와 함께 한 기나긴 협력 이력, 그리고 각종 스릴러나 초창기 코미디를 통해 쌓여온 기존의 색채가 있음에도 카멜레온처럼 변모하고 실험적인 사운드에 도전하는 쇼어의 새로운 매력을 접할 수 있는 작품이 될 듯 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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