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4. 경찰
넷토 카페를 찾고 있었다.
길 건너편에 넷토카페가 보였고,
길을 건너려 핸들을 꺾었다.
그때서야 뒤에 차가 오고 있는 걸 봤다.
차는 급브레이크 밟는 소리를 내며
내 바로 앞에서 멈췄다.
난 내가 잘못한 상황이기에 죄송하다는 표현으로
고개 인사를 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갔다.
넷토카페 앞 공터 주차장을 어슬렁 거리고 있는데
차 한 대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아까 나와 부딪힐 뻔했던 차였다.
차 안에서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 내렸고
남자는 나에게 성난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어깨를 강하게 밀어쳤다.
그때 일본 조폭영화에서나 들어본
저급한 일본어을 처음 실제로 들어봤다.
남자는 아까 전 상황에 열 받은 거였다.
고개 인사는 했지만 내 사과가 부족했나 보다.
나는 우선 미안하다고 했다.
명백히 내가 잘못한 문제였다.
그러자 그 남자는 미안하다면서 왜 웃냐고 따졌다.
내가 한국 사람인 걸 알고는
한국에서는 웃으면서 미안하다 하냐고 따졌다.
아무튼 이 이야기 저 이야기해봤지만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남자는 이말저말 나쁜 말은 다 내뱉고 있었고,
난 미안하다고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럼 내가 어떡하면 좋겠냐고 물으니
남자는 나보고 지금 돈 얼마 가지고 있냐고 물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다주면
그냥 가겠다는 거였다.
그때부터는 나도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경찰을 불러서 해결하자 했다.
그 남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했다.
경찰 부르는 번호를 몰라
그 남자에게 물어보는 어설픈 상황 중에
어눌한 일본어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내 어눌한 일본어를 듣고는 남자가 핸드폰을 뺏어
경찰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몇 분 안 있어 경찰이 왔는데,
규모가 장난 아니었다.
분명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인 것 같다.
경찰 차는 4대 정도,
경찰은 아마 10명 넘게 온 거 같다.
사복 입은 형사부터
정복 입은 여경까지 다양하게 왔다.
그중 대장으로 보이는 스킨헤드 형사는
덩치도 산만하고 말하는 것도 엄청 무서웠다.
경찰은 우선 내 신분증을 확인했다.
저쪽 남자와 여자도 마찬가지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들은 사건을 나와 남자 양쪽으로 나눠
들어보기로 한 것 같다.
난 우선 일본어가 어눌하기 때문에
일본어 잘하는 한국인 지인에게 전화해서
대신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그 지인이 말을 잘 한 게
일본에서는 그런 일이 있으면
돈을 내놓으라 하냐고 따졌고,
경찰은 아니다 오히려 남자 쪽이
협박죄로 입건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제 경찰들이 대충 상황 파악을 했다.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란 걸 안 경찰들은
우선 나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협박죄로 신고할 거냐 물어본 거다.
난 예초에 잘못은 내가 한 거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으면 한다고 했다.
그래서 경찰들은 남자를 불러
서로 화해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줬다.
서로 악수하고 끝내자는 거였다.
난 당연히 손을 내밀었지만
남자가 욕을 내뱉고는 등을 돌렸다.
그때 10여 명의 경찰들이
야유 섞인 탄성을 동시에 내뱉었다.
남자와 여자는 그렇게 다시 차에 타
가던 길로 돌아갔다.
이제 그 공터에 남은 건 나와 경찰 10여 명.
그중 반은 먼저 가고, 스킨헤드 형사와 여경 한 명,
그리고 한두 명 정도만 현장에 남았다.
여경은 내 자전거 번호표를 보고
정말 삿포로에서 왔다며 놀랐다.
스킨헤드 형사는 외국인 문제였기 때문에 그런다며
가방 검색을 요청했고, 난 수락했다.
가장 속에서 노트북을 보고는
블로그 같은 걸 쓰냐며 물었고,
그러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말았다고 했다.
몇 분동안 경찰들과 이러저런 만담이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 이제 스킨헤드 형사와 여경만 남았다.
스킨헤드 형사는 남은 여행은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마치라며 응원해줬다.
나도 이런 대수롭지 않은 일에 처리하러
와준 거에 고마워 거듭 감사 인사를 했다.
경찰들이 다 가고 나서
넷토 카페로 가려던 발걸음을
바로 앞 야키니쿠 집으로 돌렸다.
맥주가 한잔 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