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9. 자이니치
자이니치는
한국이나 북한 국적을 가지고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일본 지인 중 몇몇은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을
자이니치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확히는 한국 국적도 포함한다.
일본 생활 중,
자이니치 한 분을 알게 됐는데
북한 국적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금토요일마다 지하철역 입구 앞에서
타코야키를 파시는 아저씨였다.
내가 한국 사람인 걸 아시고
타코야키를 사러 갈 때마다 서비스를 듬뿍 주셨다.
가끔 일하시면서 드시는 술도 서비스로 주셨다.
힘든 외국 생활 중에
잊을 수 없는 정을 나눠주신 분이다.
다코야키가 만들어지는 동안
아저씨와 이야기할 시간이 많았다.
북한에 직접 갔다 오신 이야기,
아저씨 아버님 고향이 전라도지만
국적 때문에 한국에
가보지 못하고 계신다는 이야기,
한국에 살고 계시는 친척 분들과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셨다는 이야기,
내가 듣고 이해하기에는 좀 낯선 이야기들이었다.
여행 시작 며칠 전
이제 삿포로를 떠나 여행 간다고
막걸리 사서 인사드리러 갔었다.
아저씨는 타코야키 트럭에
들어가 볼 수 있게 해주셨고
트럭 안에서 짧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하코다테 가게 되면 연락 주라며
아저씨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 주셨다.
하코다테에 아저씨 따님이 살고 계셔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닿게 해주신다고 하셨다.
여행 시작 후 5일째,
하코다테 도착 세 시간 전,
아저씨께 연락을 드렸다.
연락기다리고 있었다시며
걱정을 많이 하고 계셨다.
나도 모르게 아저씨에게
여행 중 힘들었던 걸 투정 부리듯 토로했다.
아저씨도 여러 말로 걱정스런 마음을
숨기지 못하셨다.
아저씨는 사위분 번호를 가르쳐 주셨다.
사위분이 바빠서 시간이 안될 수도 있지만
한번 연락해 보라 하셨다.
아저씨는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어 하셨다.
아저씨와 전화를 마치고
바로 사위분에게 연락드렸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날 출장을 가게 돼서
시간이 안될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하코다테 도착하면
연락 주라 하셨다.
그러곤 솔직히 못 만날 거라 생각하고
하코다테까지 좀 여유 있게 달렸다.
몇 시간 뒤에나 하코다테에 도착해
사위분에게 연락드렸는데
다행히 잠깐 얼굴 볼 시간은 있으시다며
하코다테 역 앞에서 보자 하셨다.
사위분은 몇 분 지나지 않아 역으로 나오셨다.
자전거를 옆에 두고 허름한 옷차림이었던
나를 금방 알아보셨다.
한 손에 봉지를 하나 들고 오셨는데,
봉지에는 김치와 밥,
과일과 과자가 담겨 있었다.
봉지를 건네주시며
이런 좋은 만남에 술 한잔 해야 하는데
아쉽다시며 정말 미안해하셨다.
나도 바쁘신 중에 나오시게 한 데다가
먹을 것까지 가지고 오셔서
감사하면서 너무 죄송했다.
그렇게 잠깐 이야기 나누다
명함을 하나 주셨는데, 명함에는
'재일본 조선인 총회 하코다테 지부 위원장'
이라는 직함이 쓰여 있었다.
명함을 주시면서 한국 가서
이런 명함 함부로 보여주면 안 된다고
장난말을 하셨는데 당시엔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많이 아쉬웠다.
좀 더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사상이 어떻든, 국적이 어떻든
이 분과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사위분은 혼슈로 가는 배에 대해서도
상세히 가르쳐 주시고
다시금 미안해하시며 돌아가셨다.
여행 마지막 날,
아저씨에게 다시 연락드렸다.
여행 무사히 마쳤다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그러자 아저씨는 꼭 다시 일본 오라 하셨다.
오면 잠 잘 곳은 걱정하지 말고
언제든 다시 오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