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강 서평
리처드 도킨스의 책 중 처음 읽게 된 책은 '만들어진 신'이었다. 그의 날카로운 논리와 화법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의 또 다른 대표작 중에 하나인 에덴의 강을 읽게 되었다. 책은 도킨스의 다른 저서들에 비해 얇았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에덴에서부터 흘러온 강
DNA의 강은 실제의 강과는 다르게 흘러감에 따라 점점 갈라져 나간다. 여러 갈래로 갈라질수록 각 종들 간의 모습도 달라져간다.
우연히 생긴 돌연변이는 기존의 종과는 조금 다른 형질을 띄게 되고, 긴 시간이 누적된 결과 또 다른 강 줄기로 분화되게 된다.
말벌과 난초
어떤 난초는 말벌을 유인하여 꽃가루를 옮기게 한다. 이런 자연의 경이를 보며 사람들은 분명 신께서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리처드 도킨스는 다양한 예시를 들며 반박한다.
특히 동물들의 착각이나 판에 박힌 반응들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검은머리물떼새는 크기가 너무나 다른 타조알 크기의 알을 줘도 그 알을 품으려 애를 쓴다.
갈매기, 기러기는 자기 알뿐만 아니라 달걀, 원통, 코코아 통 같은 물건도 마치 자신의 알인 것처럼 품으려고 한다.
이렇듯 동물, 곤충들의 본능은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는 엉성해 보인다. 마치 특정 코드가 입력된 로봇처럼 의심하지 못하고 DNA에 코딩되어 있는 대로 움직인다.
이런 스스로 생각할 수 없는 기계 같은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우습지만 한편으로는 섬뜩하기도 하다.
인간도 결국 DNA의 프로그래밍을 벗어날 수 없는 조금 더 복잡한 기계이지 않은가?
내가 내리는 선택은 정말 자유의지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생각한 결과인가?
유전자는 개체의 고통 따위에 신경 쓰지 않는다
유전자는 생존하고 후대로 전달된다. 오직 그뿐이다. DNA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개체의 행복은 중요하지 않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유전자는 그 어떤 것도 배려하지 않는다.
매일 같이 약육강식이 벌어지는 자연은 친절하지도 불친절하지도 않다.
우리는 자연을 아름답고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좋아하는 자연의 모습은 아주 단편적인 모습이다.
진짜 자연의 모습은 냉혹하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먹고 먹히는, 죽고 죽이는 관계가 계속된다.
자연은 우리가 두꺼운 유리 밖으로 바라봤을 때만 포근하고 아름답다.
DNA는 알지도 못하고 신경 쓰지도 않는다. DNA는 단지 존재할 뿐이다.
우리는 DNA가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출 뿐이다. p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