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특이한 성생활, 근데 이제 과학을 곁들인
섹스의 진화 서평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는 다른 특이한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책에서 말하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성생활은 다음과 같다.
1. 주로 커플끼리 관계를 가진다.
2. 아이를 함께 키운다.
3. 짝을 이룬 커플은 공동의 영억을 함께 이용한다.
4. 남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랑을 나눈다.
5. 인간의 배란은 눈에 띄지 않는다.
6. 여성은 폐경을 겪는다.
여기서 놀랍게 다가온 내용은 5번 6번이었다.
나는 동물들도 당연히 폐경을 겪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책 앞부분에 적은 것처럼 내가 인간중심주의적인 성 행동 기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듯하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폐경이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거의 인간만 폐경을 겪게 되는 것일까?
결론만 얘기하자면 여자가 늙어 감에 따라 새로운 자식을 낳는 것보다 손자, 손녀에게 헌신하는 편이 자신의 유전자를 지닌 후손의 수를 늘리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아이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부모에게 의존하는 기간이 굉장히 길다.
그렇기 때문에 늙은 여성은 출산의 리스크를 감당하기보다는 폐경기를 겪고 자신의 아들, 딸을 도와 손자, 손녀를 양육하는 것이 더 유리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과거 폐경을 겪지 않았던 여자들은 출산 중 사망이나 육아의 부담에 계속 노출되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유전자 풀에서 제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책에서는 범고래 암컷이 폐경을 겪는지 과학자들이 연구 중이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책이 출판된 지 25년 이상 지났으니 관련된 연구 결과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사람처럼 임신기간이 길고, 새끼를 양육하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며 사회성까지 가진 동물이라면 아마도 폐경을 겪지 않을까?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침팬지 암컷도 폐경을 한다는 최근 연구 기사를 찾았다. 또 이빨고래류에 속하는 5종의 고래(들쇠고래, 흑범고래, 범고래, 일각돌고래, 벨루가고래)도 폐경을 겪는다는 기사도 있었다.
과거 범고래가 폐경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 과학자들의 예측이 맞았나 보다.
아무튼 이 책 [섹스의 진화]는 섹스보다는 진화에 중점을 둔 과학책이며, 제목만 빼면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 읽어도 전혀 문제없을듯하다.
유익하고 건전한 책이지만 아마 잘 보이는 책장에 꽂아두지는 않을 것 같다.